(시론)한국경제의 착시현상 걷어내기부터
입력 : 2019-10-29 06:00:00 수정 : 2019-10-29 06:00:00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성장률 2%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고 소비자 물가도 마이너스로 내려가고 제조업 가동률, 경기선행지수, 수출경기 등 여러 지표가 좋지 않다. 야당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52시간 노동제 등 경제 현실을 무시한 정책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는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 경기의 둔화 때문이고 우리 경제 정책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 주도경제에서 세계경기 둔화는 바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경제 성장률 저하는 경제 덩치가 커지면 선진국 모두 겪는 현상이다. 그럼 경제성장 저하를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경제의 활력은 떨어지고 있는데 국가경쟁력이라는 성적표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이 오히려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세계경제포럼(WEF)는 141개국 중에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전년도 보다 2단계 높은 13위로 평가했다. 2017년부터 2년 연속 2단계씩 높아지고 있다. 다른 글로벌 지수도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 수준을 큰 등락이 없는 높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 블룸버그 혁신지수는 우리나라가 2014년부터 계속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종합적인 국가 평가 지표가 바로 경제력이나 경제성장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한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는데 한국 경제는 왜 '망해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
 
현상과 원인의 혼란, 처방과 외부효과의 문제, 불균형한 체감, 구조적 요인, 경기 변동 등 여러 요인이 정치적 주장과 맞물려 우리 경제에 대한 착시 현상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착시 현상을 걷어내 보자.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잠재성장률 요인별 기여도에서 노동투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초반 0.8%에서 2010년대 중반에 오면 0.5%로 줄어들고 있다. 노동투입 요소별 기여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이미 -0.6~-1.0 사이에 머물러 있다. 현재의 긴 노동시간은 오히려 경제성장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이 일시적인 혼란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은 아니다. 최저인금 인상도 비슷하다. 소득 5분위의 비율도 1999년 3.72배에서 2016년 4.46배로 높아졌다. 적극적인 소득재분배와 최저인금 인상의 필요성은 충분한데 역시 마찬가지로 급격한 인상이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은 여야 정치세력 모두 선거때는 동일하게 주장을 하다가 막상 실시하면 정쟁의 소재로 변한다.
 
사실 문제는 단축과 인상이라는 획일적인 현상적 처방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는데 있다. 우리 경제의 문제는 균질한 경제가 아닌 심하게 왜곡된 이중구조라는데 있다. 대기업(공기업, 공무원, 전문직 등)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극심한 노동생산성의 격차와 이에 따른 소득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긴 노동시간으로 소득을 높이는 구조이다. 그래서 노동시간 단축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감소로, 최저인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감소라는 혼란을 가져온다.
 
또 다른 착시현상은 혁신역량이다. 수치는 높지만 제대로 된 혁신역량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분야에서 혁신역량은 6위로 높은데 혁신적인 기업과 신성장동력은 나타나지 않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다. 혁신역량의 세부 항목을 보면 특허출원과 R&D부문 지출이 2위로 점수를 높이고 있지만 클러스터 개발 현황 25위, 다수의 이해당사자 간 협력은 31위에 머무르고 있다. 기술사업화라는 점수에 잡히지 않는 부분은 취약한데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비 지출로 특허를 많이 내 보기에만 그럴듯한 점수를 얻고 있는 꼴이다. 클러스터라는 혁신생태계에서 이해관계자가 협력하는 개방혁신이 글로벌 추세이고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데 이는 취약하기 그지없다. 대중소기업간 협력, 연구소와 기업간 협력, 대학과 산업간 협력이 취약한 우리 현실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경제는 대기업 혼자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갖추고 경제를 이끌고 있는 구조다. 낮은 중소기업 역량을 높여야만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소득격차, 경제성장도 가능하다. 혁신역량, 협력역량을 높이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혁신역량을 높이는데 필요한 데이터경제 3법, 벤처투자촉진법, P2P금융법 등이 국회에서 통과 안되고 잠자고 있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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