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농민수당, WTO 후폭풍 대안될까
입력 : 2019-10-30 06:00:00 수정 : 2019-10-30 06:00:00
지난 25일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특혜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농업 민감 분야 보호와 피해 보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실질적 대안마련이 부족하다는 견해가 팽배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책 마련이 우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적 영향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유례 없던 좋은 세월을 맞은 것 같지만, 국제적 위상과 경제적 영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농산어촌의 지자체들은 고령화의 지속적 증가와 인구절벽이라는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여기에 지자체들은 갈수록 심해지는 열악한 재정여건 속에서 농민수당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전국에서 최초로 농민수당을 시도한 부여군은 열악한 재정여건 속에서도 올해 말부터 지역화폐를 이용해 최대 52만원까지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지자체들도 가세해 올해부터 지급하는 수순을 밟았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월 30만원씩 농민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나, 취임 이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자 말을 바꿨다. 지자체의 재정여건상 월 30만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할 수 없는 여건에 이르기 때문이다. 결국 당초 계획과는 많이 달라진 농가수당의 개념으로 변질되기는 했지만 이 정책 시행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아니다.
 
농민수당 정책의 경우 사실상 지자체에서 시행할 수 있을 만한 재정적 여유가 없다. 부여군도 결국 타 지자체들과 연대 캠페인 개념으로 일종의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농민수당을 직접 시행해주길 바라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WTO 개발도상국 특혜 포기를 선언한 위험스런 줄타기는 농민수당을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기회로 볼 수도 있다. 정부의 농민수당 수용도 피해보상 차원으로 고려할 만한 정책이 될 수 있다. 국제적 위상이나 경제적 상황이 녹록하다면 지자체의 연 50만원 선의 지급방식을 월 50만원 수준의 지급 방식으로 격상시키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쌀 등의 민감 분야에 국한될 것인지, 아니면 전체 농가로 확대할 것인지와 어업이나 임업 등의 농어업분야나 상업이나 공업 등 분야별 형평성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숙제도 뒤따른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협동조합 방식의 ‘태양광’, ‘사회적경제협동조합’ 등 특혜성 사업에 대한 예산낭비를 줄이고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지역전자화폐 등을 활용 할 경우 내수창출에 의한 세입증가로 인한 선순환 구조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더구나 농업과 상업 간의 형평성 논란도 해소할 수 있다는 셈법을 가능하기 때문에 농민수당 정책 수용이라는 정부의 빠른 결단이 후폭풍을 잠재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연 충청지사 부장(kimsto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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