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글로벌 톱텐, 수퍼 상장회사의 변천
입력 : 2019-10-31 06:00:00 수정 : 2019-10-31 06:00:00
21세기가 시작됐을 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10개 수퍼 상장회사에는 미국 회사가 7개사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 3개사 중에서 2개사가 일본 회사(NTT도코모 및 NTT)이고 한 곳이 독일 회사(도이치텔레콤)다. 올해 명단에는 일본과 독일 회사가 없다. 7개의 미국 회사 중에서도 올해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년간 분기말 기준으로 톱텐에서 밀려난 적이 없다. 다만,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약진하던 2011년 초반 아슬아슬하게 시가총액 10위를 유지했고, 그 후로도 애플과 구글의 등쌀에 밀렸었다. MS를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올린 것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머신러닝 서비스 등이 인공지능 열풍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금년에도 MS는 애플과 번갈아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한때 거대 글로벌 기업이던 일본의 통신사는 2000년 이후 완전히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대신에 완벽한 품질과 ‘렉서스’라는 고급 브랜드로 유명한 도요타자동차가 2007년 한때 중위권을 맴돌았으나 그때뿐이었다. 이후 일본기업은 더 이상 글로벌 톱텐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어 ‘잃어버린 20년’을 실감케 하고 있다. 최근 20여년 동안 일본의 기업 중에서 글로벌 혁신을 이끄는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기업 중에서 발명왕 에디슨이 설립한 제너럴일렉트릭(GE)이 오랜 기간 시가총액 1위를 지켰다. 한때 우리나라 상장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컸을 정도다. 최고의 경영자로 인기를 누리던 잭 웰치 회장이 은퇴한 이후 금융사업에서 문제가 누적되더니 2016년을 끝으로 아예 명단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때 60달러에 이르던 주가가 현재는 1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엄청난 변화와 위기가 국가와 기업을 흔들고 뒤집어 놓았지만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이어지고 있다. 수퍼 기업들의 드라마틱한 명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톱텐은 대부분 미국 기업이다. 중국이 조만간 미국을 넘어설 거라는 예측이 우후죽순 나온 적도 있지만 작금의 사태를 보면 아직 요원한 듯하다. 다만, 중국 기업 중에서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글로벌 톱텐에 안착한 듯 보인다.
 
몇 년 동안 중국을 대표하는 상장사는 에너지회사인 페트로차이나였다. 전성기에 시가총액이 1조달러가 넘었지만 에너지 가격의 안정과 더불어 탈락하고 말았다. 그 외 중국공상은행, 건설은행과 홍콩의 차이나모바일이 한때나마 대열에 합류했으나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제외하곤 모두 밀려났다. 중국의 수퍼 기업은 공통적으로 거대한 내수와 정부의 강력한 후원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때때로 톱텐 모두를 독식했던 미국 기업들의 순위변화는 대단히 흥미롭다. 중전기, 제약, 금융 및 에너지 기업들이 포진해 있던 자리를 인터넷과 컴퓨터 중심의 기술기업이 차지했다. 애플, 구글 및 MS가 선두를 놓고 다투는 와중에 인터넷서점 출신인 아마존이 치고 올라오는 형국이다. 페이스북은 2016년 처음으로 톱텐에 진입한 후 올해는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놀랍게도 존슨앤존슨과 같이 19세기에 설립된 위생용품 회사가 다시 대오에 합류하는가 하면, 신용카드사인 비자도 최근 부상하고 있다. 존슨앤존슨은 최근 유행인 헬스케어산업에서, 비자는 급변하는 간편결제에 발빠른 적응으로 혁신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어닝서프라이즈를 보이며 급등한 테슬라는 아직 글로벌 톱텐에 끼지 못한다.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를 넘어섰을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언젠가부터 버크셔헤서웨이와 제이피모건이 톱텐 반열에 들어온 것이다. 워렌 버핏의 회사로도 유명한 버크셔헤서웨이의 주가는 1주에 3억원이 넘는다. 가치투자라는 이름으로 자본시장에서 알짜배기 성장을 취한 결과가 놀라울 따름이다. 제이피모건 역시 미국이 서브프라임과 신용부도스왑(CDS)으로 금융위기를 촉발시켰을 당시에 뉴스에 잘 나오지 않던 리스크 관리의 제왕이다. 한때 미국 연준을 대신할 정도의 위상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지난 20년간 톱텐 기업을 배출한 나라는 미국을 포함해서 일본, 중국, 독일, 브라질,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러시아와 한국이다. 다들 생각하듯이 우리나라 회사는 삼성전자다. 부디 또 다른 수퍼 기업이 나타나 대한민국을 이끌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최욱 전 코넥스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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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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