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일은 없고 정의만 있는 동화 같은 정치
입력 : 2019-10-30 14:02:25 수정 : 2019-10-30 18:34:14
국회의원을 더 늘리자고 한다. 일을 하지 않는 국회를 보면, 그 많은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위한 사명에 헌신하는지, 자리보전이 우선인지 회의적이다. 그런 국회를 믿어달라는 얘기는 동화에서나 가능해 보인다.
 
공수처만 봐도 처장 인선 등에 독립성이 담보 될지가 쟁점인데 그걸 위한 방법을 찾지 않고 여야가 다투기만 한다. 서로 자기편만 선이고 옳다며 대치만 한다. 법안에 문제가 있으면 수정해서 처리하라고 국회가 있는데 유세장만 있다.
 
일례로 국회에는 회사의 자기주식 처분 시 주주평등 원칙에 따라 각 주주가 가진 주식만큼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해야 한다는 상법 개정안이 수년째 계류 중이다. 자사주는 주주 공동재산인데 사실상 지배주주 개인회사처럼 회사가 마음대로 처분하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행법은 자사주 처분 시 상대방 결정 및 처분 방법을 회사 정관 혹은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처분할 상대방 선택이 불공정할 경우 지배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침에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개정안은 신기술 도입 및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인 처분을 허용하는 예외조항도 있지만 답답한 국회가 막고 있다. 그밖에도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 방지법 등 비슷한 법안들이 다수 표류 중이다. 모두 지배주주가 자사주를 이용해 주주평등주의를 훼손해온 선례를 근절하자는 취지다.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는 사이, 최근 SK텔레콤은 카카오와 지분 맞교환을 했는데 바로 자사주를 활용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약 2.5%, 카카오는 1.6%를 갖게 된다. 원래 SK텔레콤이 카카오에 내준 약 3000억원 규모 자사주는 주주 공동재산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카카오가 소유하게 됐다. SK텔레콤이 카카오측 지분을 갖고 있으니 추후 서로 불편한 일 없으려면 우호지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SK텔레콤 소액주주는 그만큼 의결권이 희석된다. 그 자체로도 주주평등주의에 문제인데 만약 시장 예측대로 SK텔레콤 인적분할 후 합병 특별결의라도 한다면 그 때 가서는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과거 삼성물산이 제일모직 제휴사인 KCC에 자사주를 처분한 것을 두고 무수한 법안이 생겨났던 문제와 다르지 않다.
 
국회는 밀린 일이 많다. 기업 투자가 줄면서 경기 지표는 동반 하락하고 있다. 기업이 돈을 쓰도록 하기 위해 예전엔 배당에 감세 혜택을 줬는데 현 정권 들어 상생이나 일자리 혜택으로 바꿔 배당 유인은 떨어졌다. 그러면서 기업은 절세를 위한 수단으로 불필요하게 상여금이나 급여를 늘릴 수 있다. 비등기임원에 총수일가가 있으면 그럴 개연성이 커진다. 실제 총수일가가 비등기임원으로 있으면서 과도한 보수를 수령해 등기임원 보수를 훌쩍 초과하는 사례가 비상장뿐만 아니라 상장사들에서도 눈에 띈다.
 
가수 겸 배우 설리씨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는데 악성댓글이 또다시 원흉인 것으로 보인다. 고소, 고발이 쉬워야 피해자가 보호되고 범죄가 예방된다. 악성댓글 문제로 벌금형을 받으면 그 벌금은 국고에 납입된다고 한다. 그 벌금을 차라리 피해자에게 준다면 그 돈으로 고소는 수월해질 것이고 댓글을 쓸 때는 각자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국회에는 댓글 교육을 시키자는 식의 법안이 발의됐다. 교육은 세금이고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교육으로 댓글을 정화하자는 게 동화 같다.
 
이재영 산업2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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