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사람만 바뀐다고 국회가 변할까
입력 : 2019-11-09 06:00:00 수정 : 2019-11-09 06:00:00
21대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회는 조국 사태 이후 자연스럽게 총선 체제로 전환 중이다. 각 당은 총선기획단을 꾸리고 인재영입에 돌입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인적쇄신', 즉 물갈이론이다.  
 
여당에선 초선의 표창원·이철희 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의 쇄신을 요구했고, 당은 이번에 현역 의원 물갈이를 40명 정도 수준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여당의 이러한 흐름에 인적 쇄신이 더디다는 비판을 받은 자유한국당에서도 초선인 유민봉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물갈이론'이 대두됐다. 
 
하지만 과연 인적쇄신을 진행하면 21대 국회는 다른 모습을 보일까? 21대 국회도 20대 국회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16대 국회 이래 역대 총선에서 물갈이 비율은 평균 46.0%였다고 한다. 17대 총선은 초선만 187명이었다. 법안처리율 최악으로 '일 안 하는 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20대 국회도 49.3%로 의원 절반이 교체됐다. 그럼에도 단지 동물국회가 식물국회로 바뀌었을 뿐이다.  
 
절반의 국회의원을 교체했지만 국회가 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기득권 정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좌관 없이도 일 잘하실 의원님인데…왜 열심히 하시는 분들만 나가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얼마 전 야당 의원실 사람을 만난 자리에서 들은 말이다. 여당에서도 같은 말을 들었다. 일 잘하고 열의를 가졌던 초선 의원들만 자꾸 정치에 회의감을 느끼고 불출마한다는 이야기다. '고인물은 썩는다'라는 흔한 말처럼 패권 정치·기득권 정치를 하고 있는 고인물들에겐 물갈이가 오히려 "이번 국회는 이만큼(초선을) 인적쇄신 했어요"라는 방패로 보인다. 기득권을 쥔 중진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하나, 국회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시스템 문제에 있다. 국회의원 300명을 전부 교체한다 해도 지금의 체제에선 21대 국회도 이전의 국회와 다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최소한 습관적 파행을 막고 본회의와 상임위원회가 자동 개최되게 해 의무적으로 법안을 논의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조차 볼모로 잡았던 여야가 스스로 개혁할 수 있을 지 여전히 의문이 앞서지만, 20대 국회에 쏟아진 역대급 비판을 생각하면 최소한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한동인 정치부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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