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에 양승태까지…2년째 들어선 '사법농단' 재판 갈길 멀다
증인신문 아직도 230여명 남아…2021년 돼야 1심 판결날 듯
법조계 일각 "시간 끌기 전략으로 여론 사그라들기 바라" 비판도
입력 : 2020-01-02 16:29:12 수정 : 2020-01-02 18:34:03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사법부 당시 전·현직 법관들의 법정 공방이 2년째에 들어섰지만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폐암 수술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은 재판부 기피를 이유로 재판이 멈춘 상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당초 거셌던 비판 여론들이 사그라든 이후 무죄 선고를 받기 원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병원 검진 결과 '폐암으로 의심되는 악성 신성물' 진단을 받고 14일 우중엽 폐의 외과적 절제 수술을 받기로 됐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수술 이후 1주간 입원 치료와 약 4주간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 소견도 포함했다. 법원은 당초 이달 8일부터 주 1~2회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었던 재판을 2월21일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재판은 더욱 지체될 전망이다. 그는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와 법관을 부당하게 사찰하거나 인사에 불이익을 가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2월 기소됐다. 지난해에만 53번의 공판기일이 열렸고 6개월 내내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전현직 법관 등 36명이 증인으로 나왔지만 아직 230여명의 증인에 대한 신문이 더 남아있다. 법조계는 2021년 상반기가 돼서야 1심 선고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보성향 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등 사법농단 사건의 총괄 실무책임자로 지목된 임 전 차장 재판은 재판부 기피신청으로 6개월째 멈춰있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윤종섭)는 임 전 차장이 낸 기피 신청을 기각했지만 임 전 차장은 항고했다. 서울고법에서도 기각이 타당하다고 봤지만 임 전 차장이 상고하며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다. 2월이면 법원 인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임 전 차장에 대한 재판은 새로운 재판부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법농단 사건의 실무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밖에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4명에 대한 재판도 느리게 진행 중이다. 법원 직원에 대한 수사기밀을 상부에 보고한 혐의를 받는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과 영장재판 진행 과정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 등에 대한 재판 결과 시기도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재판을 지연시키면서 시간 끌기 전략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호인 측은 재판 초기부터 재판부 기피 신청, 증거 부동의, 증거 위법 수집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때문에 내년에 1심 결과가 나더라도 사건이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간다면 최종 판결 확정은 3~5년 걸릴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맡고 있는 검찰은 재판 일정을 무작정 미룰 수는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무래도 초기에 많은 비판을 불러온 재판인 만큼 대중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길 바라는 한편, 증거능력을 무력화시킴으로써 무죄 판결을 받으려는 취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범들의 심리가 지연되는 가운데 사법농단 공범에 대한 선고는 이달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임 전 차장과 공모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의 재판 관련 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는 유해용 변호사는 오는 13일 1심 선고를 받는다.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지낸 가토 다스야 사건 재판 등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2월14일 1심 선고가 내려진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주범에 대한 심리가 지연되면서 공범에 대한 형량이 다소 약하게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법농단은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트린 큰 사건인 만큼 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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