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목적 유무 사이 '일반투자' 신설…주주활동강화 '출발점'
사외이사 6년 제한 '거수기' 차단…"주주와 기업간 소통 강화해야"
입력 : 2020-01-21 15:35:37 수정 : 2020-01-21 15:35:37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주주권익을 강화하는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주주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면 그간 한국시장을 짓눌러왔던 코리아디스카운트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역시 사회적 분위기를 받아들이고 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경제 뒷받침할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연준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 사진/뉴시스
 
정부는 21일 주주와 기관투자자의 권리 행사를 강화하고 이사 및 감사의 적격성을 제고하기 위한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3개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상법과 국민연금법 시행령의 경우 공포 후 즉시 시행되며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이중에서 핵심이 되는 5% 주식지분 대량 보유 보고제, 이른바 '5%룰'은 '일반투자' 항목을 새롭게 만들어 3단계로 세분화하고, 이에 맞게 보고공시의무를 차등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엔 특정 주식을 지분율 5% 이상 보유할 경우 그 사실을 '경영권 영향 목적'과 '경영권 영향 목적없음' 두 가지로 나눠 공시해야 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여기에 '일반투자'라는 새로운 항목을 만들었다.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은 없지만 배당이나 보편적 지배구조개선과 관련한 적극적인 유형의 주주활동을 일반투자로 분류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회사나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응하는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해임청구권, 신주발행 유지청구권이 이에 해당한다. 또 주주의 기본권리인 배당과 관련된 주주활동이나 단순한 의견표명, 대외적 의사표시도 할 수 있어 기존보다 주주활동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일반투자 목적으로 5% 이상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기존엔 5일 안에 보고공시해야 했으나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월별로 약식보고만 하면 된다. 
 
이날 의결된 시행령에는 사외이사 독립성 제고를 위해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 포함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기가 길어질수록 경영진을 견제하는 기능이 약해져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이 개정으로 사외이사 독립성이 제고될 것으로기대된다.
 
상장회사 주주총회 내실화를 위해 주주총회 소집 통지 시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함께 제공하는 방안은 2021년 1월부터 시행된다. 당초 사외이사 임기제한 관련 건은 1년 유예가 유력하게 논의됐으나 법무부가 큰 혼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바로 적용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5%룰을 포함한 3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주주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 영향으로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될 경우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의 취지와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제도 시행으로 인해 발생이 예상되는 현장에서의 마찰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일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면 기업가치가 높아져 결국 기업에게 도움이 된다"면서 "주주와 소통계획을 세우고 이를 공표하고 실행하는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주주활동 강화를 무서워할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이 주주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면 제3의 세력에게 경영권을 위협받을 때 주주들이 우호지분으로 나서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실장(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한 것이 5%룰인데,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경영권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게 서술돼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며 "기업의 전횡이나 대리인 문제를 풀고 균형을 잡는 데 기관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세계적인 공감대이자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을 시작으로 관련 제도가 지속적으로 손질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민경 한국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 센터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이 주주활동 강화를 위한 시발점이 돼야 한다"면서 "이외에도 주주활동을 불합리하게 제한하는 부분들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주주와 기업의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기업가치가 제고되면 투자문화가 개선되고 한국시장이 중장기적으로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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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보라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