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야간 무단횡단 보행자 친 오토바이 운전자 무죄 확정
1심, 금고 6개월·집유 2년→2심 "예견·회피 가능성 인정 증거 없어"
입력 : 2020-01-22 10:48:16 수정 : 2020-01-22 10:48:16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야간에 술에 취해 도로를 무단횡단한 보행자를 친 혐의로 기소된 오토바이 운전자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이를 무죄로 판단했다"며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김씨는 지난 2018년 3월24일 오후 9시21분쯤 배달을 마친 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왕복 3차로를 오토바이로 운전하다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무단횡단하던 A씨를 치어 전치 18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장소에서의 무단횡단을 예견할 수 있었고,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충분히 했더라면 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2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 지점에서 횡단보도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운 편이고, 피고인 진행 방향의 오른쪽에는 경기도 박물관의 담장이 길게 이어져 있다"며 "이러한 도로 상황 등에 비춰 피고인에게 어두운 밤에 근처에 있는 횡단보도를 두고 빠른 속도로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있다는 것까지 예상하면서 운전할 것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왕복 3차로의 도로가 직선 구간이기는 하지만, 피고인 진행 방향에서는 오른쪽으로 굽은 커브를 돌아야만 직선 구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직선 구간이 시작되기 전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발견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고 장면이 촬영된 영상에 의하면 당시는 야간으로서 도로 양쪽에 설치된 조명에도 주변이 상당히 어두워 보이는 점, 피해자는 일정한 속도로 무단횡단을 한 것이 아니고 맞은편 도로에서 버스가 지나간 이후부터 갑자기 속도를 높이면서 도로를 횡단했고, 당시 어두운 계통의 옷까지 입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사고 발생 바로 직전까지 전방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피해자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피고인이 직선 구간이 시작될 무렵 피해자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직선 구간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피해자를 충격하기까지의 거리는 약 16.93m 정도에 불과하므로 일반적인 위험 인지·반응 시간(0.7~1.0초)과 오토바이의 제동거리 등을 고려해 볼 때 당시 피고인이 제한속도인 50㎞를 준수해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조향·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했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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