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리듬)"험지 출마" 황교안, 총선 임박에 '부담백배'
입력 : 2020-02-06 16:38:49 수정 : 2020-02-06 16:38:49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앵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출마지역 결정이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대표급 주자들의 출마지역을 일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는데, 물론 황 대표도 그 대상입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종로대첩이 성사될지가 관심입니다. 
 
한국당 대표급 주자로는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김병준 전 비상대책 위원장 등도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드리겠습니다. 정치부 이종용 기자 나왔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기자. 어제(5일)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이번에도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지요?
 
[기자]
 
어제 5일 자유한국당이 21대 총선 후보 공모를 마감하고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종로에 출마할지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지만,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한국당 공관위가 지난 다섯 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황 대표의 출마 지역을 결론내리지 못한 겁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공관위원들간 전체토론을 했지만, 세부적인 논의를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김 위원장이 공관위원들과 1대1로 심층적인 의견을 주고받은 뒤에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이나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대표급 주자들에 대한 공천 지역에 대해서도 같이 논의해서 일괄적으로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앵커]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에 대해 한국당 공천관리위원들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당 공천관리위의 기류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를 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황 대표가 종로에 나가야만 총선 구도가 한국당 대 민주당 양강구도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겁니다. 황 대표가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라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대결을 붙어야 전국 선거를 이끌어갈 동력이 생긴다는 얘깁니다. 또 민주당이 정치 1번지인 종로에 이낙연 전 총리를 내세우면서 정면승부를 걸어왔는데, 장렬히 싸우기라도 해야 지지층 결집을 도모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앞으로 공천 작업에 한국당의 텃밭이라고 하는 영남권 의원들의 물갈이가 필요한데 대표가 험지에 출마를 해야, 물갈이 명문이 생긴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물론 황 대표 주변에선 종로 출마를 만류하는 기류도 있습니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에 대한 여론 압박이 민주당이 짠 프레임인데, 그런 프레임에 떠밀려서는 안된다는 얘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앵커]
 
당사자인 황교안 대표는 확실한 답을 하고 있지 않은데, 입장이 어떻습니까.
 
[기자]
 
황교안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언한 것이 약 한 달 전 1월3일 광화문 집회였습니다. 본인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를 할테니 당 중진 의원들도 같이 험한 길로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황 대표가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만큼 수도권 험지는 당연히 종로로 이해됐습니다. 종로는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구인데다, 정치 1번지로 통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이후 한 달 넘도록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당에 도움이 되는 차원에서 판단하겠다고만 말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어제는 종로 출마에 대한 기자들이 질문이 계속되자, 제 총선 행보는 내가 판단한다며 발끈하기도 했습니다. 황 대표의 표현으로는 ‘이리 와라 그러면 이리 가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당 안팎에서 일고 있는 종로 출마 압박에 대해서 선을 그은 것으로해석되기도 합니다.  
 
[앵커]
 
종로 출마가 아니라 황 대표의 다른 선택지는 없나요. 다른 지역구를 찾는다든가.
 
[기자]
 
대신에 황 대표 측근들은 종로는 물론이고 서울 여러 곳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탐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험지로 분류되면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인데요 용산과 양천갑, 마포갑, 구로을, 영등포을 등이 후보군이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종로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수도권 험지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황 대표가 당선가능한 험지에 출마할 경우에는 더 큰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종로가 무서워 당선이 유력한 곳으로 도망쳤다거나 자신은 쉬운 곳을 가면서 다른 중진들에게 어떻게 험지출마를 권하냐는 비판이 나올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본인 입으로 종로에 출마한다고 말한 바 없다고 할지라도 대중은 종로 출마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다른 곳에 나가면 황 대표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는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가 아예 불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황 대표가 지역구에 얽매이지 않고 당의 간판으로서 전국의 선거운동을 총괄 지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뒤늦게 불출마를 택한다면 "낙선이 겁나 아예 불출마하는 것"이라는 비아냥이 예상됩니다.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한국당이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기로 하면서, 황 대표가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바꿔 비례대표로 나서기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앵커]
 
황교안 대표가 뜸을 오래 들이는 군요. 당 안팎의 상황이 황 대표에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기자]
 
황 대표의 고민이 길어지면서 아시다시피 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가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리얼미터가 설문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30% 선에 근접한 반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0%대 중반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옵니다. 황 대표와 이 전 총리의 선호도 격차는 9.3%포인트에서 12.2%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전직 대표인 무소속 이정현 의원도 지난 4일에 종로에 출사표를 냈습니다. 황 대표가 종로로 나서면 이정현 의원과 붙으면 보수당의 전현직 대표가 대결하면 보수표가 갈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전 위원장 이름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은 종로 평창동에서 20여년간 거주하고 있는데요. 한국당이 김 전 위원장에 수도권 출마를 제안했고, 김 전 위원장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황 대표가 좌고우면하는 바람에 종로를 선택하든지 말든지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황 대표가 결국 종로에 나서지 않는다면 한국당이 생각하는 다른 카드가 있을까요.
 
[기자]
 
서울 종로에 정치 신인을 공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신인 공천도 검토 안중에 하나라고 밝혔는데요. 이른바 '힘빼기 전략'입니다. 민주당에서 이낙연 전 총리를 등판시키면서 종로에 계속 무게를 두고 정치적인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한국당에서 신인을 종로에 출마시키면 민주당이 종로와 이낙연 전 총리에 부여하는 정치적 의미는 상당히 반감되는 겁니다. 
 
지난 2012년 총선 때 유력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가 부산 지역구에 나올때 새누리당에서는 27세 신인 손수조 후보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이 경우 서울 종로엔 이낙연 전 총리의 힘을 뺄 목적의 젊은 신인이 등판하고, 자연스레 황 대표는 다른 지역에 출마하게 됩니다. 그러나 당내에선 적절한 명분 없이 신인을 내세워 종로 대결을 피했다가 도망쳤다는 겁쟁이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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