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연루' 성창호 등 현직판사 3명 1심서 모두 무죄
유해용에 이어 두 번째 무죄 판결…양승태·임종헌 재판에도 영향 미칠 듯
입력 : 2020-02-13 11:49:24 수정 : 2020-02-13 11:49:24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지난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록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에 대해 1심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농단 관련 현직 판사들에 대한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3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운호 게이트' 관련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를 받은 성창호 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뉴시스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불거지자 영장전담판사들을 통해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등 10건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는 당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 업무를 담당하며 신 부장판사의 지시에 따라 영장청구서 등을 유출한 혐의다.
 
검찰은 앞서 결심 공판에서 "수사 기밀을 몰래 빼돌린 행위로 수사와 영장 재판에 있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진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범행이 매우 중대하다"고 주장했다. 신 부장판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고, 조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신 부장판사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영장 관련 정보들을 보고한 혐의가 기밀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언론을 활용해 관련 수사정보를 적극적으로 브리핑하고, 관련 법관들에 대한 징계 인사조치 등 사법행정을 위해 수사상황을 상세히 알려주기도 했다"며 "법원행정처 관계자들로 인해 (공무상) 비밀로서 보호될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운호 관련 사건 대응 보고서 작성에 대해서도 "신 부장판사가 초안을 작성한 후 나머지는 임 전 차장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 부장판사가 초안에 쓴 것은 객관적인 사건 파악과 향후 사건 전망을 예상한 것이고, 검찰의 대응방안 등은 신 부장판사가 작성하거나 그 취지를 (신 부장판사에게) 공유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신 부장판사와 조·성 부장판사의 공모에 대해서도 "영장전담 판사로서 통상적으로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영장처리 결과를 보고하고, 신 부장판사는 사법행정 차원에서 상급 기관인 법원행정처에 보고했다"며 "영장 전담판사들은 문건들을 작성해 임 전 차장 등 행정처 관계자들에게 보고했다고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성 부장판사 측 변호인도 "사실관계나 법리적 측면에서 무리한 기소였다고 재판 과정에서 이미 말했다"며 "아직 확정 안 된 상태에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은 현직 법관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관련 사건에 대해 1심 선고가 나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가 특정 재판의 진행 상황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어 현직 법관 중 처음으로 부장판사 3명에 대한 선고가 이뤄졌으나 마찬가지로 법원의 결론은 무죄였다. 이들의 공소사실은 사법농단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등의 공소사실과도 연결돼 있는 만큼 이들 사건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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