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예약 이미 다 찼어요”…대출 홀짝제 첫날부터 발길 돌린 소상공인들
예약 마감 안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불만 폭주…센터 직원 9명으로 업무 스트레스 높아
입력 : 2020-04-01 15:13:10 수정 : 2020-04-01 15:13:10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오늘 온라인, 현장 예약이 이미 다 찼어요.”
 
소상공인 대출 홀짝제 시행 첫 날인 1일 오전 8시 서울시내 한 소상공인지원센터. 직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대출 신청을 하러 온 소상공인들을 돌려보내기 바빴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사전 예약뿐 아니라 당일 현장 예약도 이미 다 찼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센터를 찾은 소상공인들은 아쉬움에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1일 서울시내 한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직원들이 대출 상담을 해주고 있다. 사진/정등용 기자
 
정부가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소상공인 대출 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출 홀짝제를 도입했지만 시행 첫날부터 현장 아우성은 여전했다. 새벽부터 대출 신청을 하기 위한 줄서기가 이어졌고, 현장 예약 마감 안내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헛걸음을 하는 소상공인들이 속출했다.
 
센터에서 만난 소상공인 A씨는 “온라인 예약 마감은 그렇다 쳐도 현장 예약 마감은 미리 알려주기라도 해야 이런 헛걸음을 하지 않을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센터 직원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센터에 최종 접수된 대출 신청 건수는 70건이었다. 센터에 따르면 이날 첫 번째로 접수한 소상공인의 경우 근처에서 잠을 자고 새벽에 와 대기했을 정도로 많은 신청자들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센터 직원은 “근처에 시장 상인들이 많다 보니 새벽에 오시는 분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센터 내 한 켠에 따로 마련된 공간에는 대출 상담 예약해 성공한 소상공인들이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소업과 미용업을 하고 있다는 한 부부는 “저희도 10일 정도 대출 지원 방안을 찾다가 운 좋게 소상공인 대출 신청 예약에 성공했다”며 “개인 PC나 스마트폰보다 PC방에서 하니까 속도도 빠르고 시간도 덜 걸렸다”며 나름의 노하우를 전했다.
 
이 센터 직원은 총 13명으로, 4명은 방문객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실질적인 상담 업무를 하는 인원은 9명 밖에 없다. 방문객 한 명 당 상담 시간이 평균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대출 외에 기존 업무까지 해야하기 때문에 그 부담은 배로 늘어난다.
 
센터장은 “홀짝제 시행 첫날이다 보니 안내 드릴 것도 많고 정신 없는 상황”이라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제도가 제대로 안착되면 지금보다 수월하게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1일 서울시내 한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직원들이 대출 상담을 해주고 있다. 사진/정등용 기자
 
비슷한 시각 방문한 또 다른 소상공인지원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곳 역시 새벽부터 대출 신청을 접수하기 위한 소상공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한 때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까지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센터는 앞서 방문한 센터보다 직원 수도 더 적어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상황이었다. 센터장은 “예약 마감을 모든 소상공인들께 제때 공지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출근했을 때 이미 30명 정도가 줄을 서 계셨는데 언제 마감될지 예측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이번에 시행 중인 대출 홀짝제는 대출 상담 신청 시 대표자 출생년도 끝자리 수에 따라 짝수일은 짝수년생, 홀수일은 홀수년생이 신청할 수 있다. 긴급 대출 형식으로 신용 등급 4~10등급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최대 1000만원을 원스톱 지원한다.
 
1일 서울시내 한 소상공인지원센터 출입문에 현장 예약 마감을 알리는 문구가 걸려 있다. 사진/정등용 기자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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