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형 구글? 캐롯손보 사옥 가보니 감탄사가 절로
트렌디한 카페 분위기에 넓은 책상-유리벽으로 소통 강조…라운지·라이브러리 등 '힐링공간' 보장
입력 : 2020-04-07 14:13:59 수정 : 2020-04-07 14:13:59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런던의 소호(SOHO). 캐롯손해보험 사무실의 모티브다. 런던 소호는 공유오피스가 태동한 발상지이자 자유로운 소통의 공간이다. 런던 소호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킹하며 발전했듯이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모여 보험의 혁신을 끌어내고자 하는 정영호 캐롯손보 대표의 의지가 담겼다. 
 
7일 서울 중구 을지로 파인에비뉴 빌딩 20층에 자리 잡은 캐롯손보를 찾았다. 국내 보험사에서 보기 드문 오피스 환경은 글로벌 혁신기업에 견줘도 어색하지 않다. 캐롯손보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해 디지털 보험으로 이어지도록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을 쏟은 듯하다.
 
20층 사무실에 들어서면 보이는 개방형 공간 '라운지'.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되는 '애자일 스테이지'.  
 
다양한 의자들과 테이블을 배치해 자유롭게 일하도록 한 라운지. 
 
◇"보험도 변해야 한다" 오피스는 혁신 위한 '소통' 공간
 
혁신을 위한 소통이 사옥 곳곳에 녹아 있다. 개방형 공간인 라운지에는 언제든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작업할 수 있는 공유형 데스크를 비롯해 카페형 의자, 푹신한 소파 등이 마련돼 있다. 
 
소통 공간인 라운지의 하이라이트는 중앙에 유리 벽으로 설치한 세 개의 '애자일 스테이지(Agile Stage)'다. 애자일 스테이지에서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보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다양한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된다.  
 
투명한 유리 벽의 TF 공간은 전 임직원이 투명하게 소통하자는 취지다.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는 구성원들은 애자일 스테이지의 구성원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은 조금 더 책임감을 느끼며 일 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 업계 최초의 후불제형 퍼마일 자동차보험이 발전했다.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를 탄 만큼 보험료를 내는 혁신 상품이다. 전액 선납하는 기존의 자동차보험과 달라 보험업계의 특허권인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현대카드와 협업으로 탄생한 퍼마일 자동차보험 특화 혜택 카드, 토스로의 판매 확대 등이 애자일의 결과물이다. 
 
캐롯손보는 보험사지만 보험사 인재들뿐만 아니라 전자, 통신, 이커머스, 게임, 광고, 마케팅 출신 등 비금융 인재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을 소규모 애자일로 구성해 빠른 의사결정으로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직원들이 독서하고, 사색할 수 있는 개방형 도서관 '라이브러리'.
 
의자가 외벽을 향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캐롯 앨리'.
 
머리가 맑아지는 산세베리아 오피스.  
 
◇직원부터 편하도록…라이브러리 앨리로 사무실 '힐링' 추구
 
캐롯손보는 보험사 사무실이라기보다는 트렌디한 카페에 가깝다. 클래식, 재즈, 팝(POP)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은은한 커피 향, 사무실 전체를 감싸는 통창의 자연 채광이 오감을 자극한다. 사무실 곳곳에 심은 산세베리아와 선인장은 힐링을 더한다. 무취의 조용한 보통의 사무실과는 확연히 다르다. 
 
라운지 옆에 있는 개방형 도서관 '라이브러리(Library)'는 직원들의 사색을 극대화한다. 편안함을 주는 공간에는 분야별 베스트셀러, 디자인 매거진, 여행 서적 등 보험과 관련 없는 도서가 즐비하다. 라이브러리에서는 독서, 미팅, 자유로운 대화가 모두 가능하다.  
 
임직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캐롯 앨리(Alley)'다. 이 공간은 모든 의자가 외벽을 향한다. 남산타워가 훤히 보이는 풍경을 보며 사색에 잠겨 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는 일이 어렵지 않다. 직원들은 일하다가 언제든 쉴 수 있다. 
 
직원 개개인의 업무공간에서도 편안함을 느끼도록 했다. 직원 개별 책상 사이의 칸막이는 낮추되 통상 폭 1.5m 남짓보다 넓은 책상 공간을 쓰게 했다. 좁은 책상에 사고가 갇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하나의 1인 사무실인 '전화 부스'에 들어가면 보안 또는 사적인 통화도 가능하다.
 
라운지 전광판에서 볼 수 있는 '영어 닉네임 캠페인' 광고 화면.
 
라운지 전광판에 나오는 '비즈니스 캐주얼 가이드' 광고 화면.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라운지 한쪽에 배치한 향수들. 
 
◇캐롯손보만의 '문화 만들기' 돌입 
 
캐롯손보는 지난 2월 사무실을 페럼타워에서 현재 이곳으로 이전한 후 본격적으로 내부 문화 만들기에 돌입했다. 정규 출근시간은 오전 9시지만, 사회활동과 가정을 병행하는 워킹맘이나 원거리 통근자 등을 배려해 유연한 출근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주도적으로 일해 성과를 내도록 자유로움을 보장해준다는 방침이다. 
 
소통 문화 만들기에도 집중하고 있다. 직원의 직급과 직책을 빼고 영어 이름만 호칭하는 '영어 닉네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동료를 존중하고, 구성원 간 소통의 벽을 낮추기 위함이다. 한 예로 캐롯손보 임직원들은 정영호 캐롯손보 대표를 영어 이름인 '폴(Paul)'이라 부른다.
 
캐롯손보의 미래를 위해 가슴에 묻어 뒀던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는 ‘폴(Paul) 핫라인'을 이용하면 된다. 핫라인은 글을 올린 직원이 누구인지 찾을 수 없도록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운영한다. 직원 누구든지 대표에게 직속으로 아이디어, 제안, 불만 등의 글을 보낼 수 있다. 
 
라운지 전광판에는 금융인으로의 신뢰감을 주면서 창의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비즈니스 캐주얼 가이드'가 나온다. 금융 인재와 비금융 인재가 어우러져 일하는 특성상 금융사로서의 격식 있는 모습과 디지털 회사에 필요한 자유로움의 접점을 찾기 위한 취지다. 특히 라운지 한편에는 향수들을 배치해 직원들이 자신을 가꾸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기존에 없던 발상과 시도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고, 보험업계에서 가장 힙한 회사를 되길 마음으로 디자인했다"며 "자유롭지만 그만큼 업무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담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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