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통합당 막말 파문, 예고된 참사
입력 : 2020-04-10 06:00:00 수정 : 2020-04-10 06:00:00
박주용 정경부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9일 최근 당 후보들의 잇따른 막말에 대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총선을 단 5일 앞둔 시점에서 막말 논란이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서다. 김종인 위원장은 "통합당에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다시는 여러분이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하면서 다시 막말 논란이 불거질 경우 해당 후보를 제명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통합당은 세대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 관악갑 김대호 후보를 제명한 데 이어 경기 부천병의 차명진 후보도 제명 절차에 돌입했다. 앞서 김 후보는 "3040세대는 논리가 없어 무지와 착각에 빠져 있다",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차 후보도 "세월호 유가족이 문란 행위를 했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가족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의 막말은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애초에 두 후보를 공천한 자체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차 후보는 지난해 세월호 유가족을 상대로 막말을 한 전력이 있고, 김 후보도 과거에 전·현직 대통령을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특히 통합당 공관위는 막말 인사를 배체하겠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를 공천했다. 공천 과정이 제대로 진행됐다면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었다. 공천 과정이 부실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의 책임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통합당의 행보를 보면 막말 논란에 책임을 지는 지도부 인사는 없다. 김종인 위원장도, 황교안 대표도 모두 차 후보의 막말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공천 책임론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신세돈 선대위원장은 공관위에 책임을 돌렸다.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당 지도부의 잇따른 후보 제명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악재를 차단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로 해석되는 이유다.
 
통합당의 막말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통합당은 이날도 또다른 후보의 '막말'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광주 서갑에 출마한 주동식 후보는 방송연설에서 광주를 향해 "생산 대신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주 후보의 과거 발언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막말 논란의 당사자들은 여전히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지도부가 책임을 지지 않으니 통합당의 사태 수습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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