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코로나 팬데믹 시대, 라디오헤드로부터 온 메시지
입력 : 2020-04-10 18:27:02 수정 : 2020-04-24 16:23:0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조용한 밤을 보내고 싶든 말든,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여기 이 곳을 주목하라.”
 
라디오헤드로부터 온 메시지.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일 오전 6시 ‘집에 머무르자(StayHome)’라는 말꼬리를 붙인 영상 하나가 전 세계에 공개됐다. 2000년 10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라디오헤드의 54분짜리 라이브 공연. 부서질 듯 유령 같은 톰 요크의 목소리, 화약고 같이 터질 듯 지글대는 기타와, 폭주하는 드럼, 심하게 찌그러지는 노이즈…. 
 
잿빛 연기로 뒤덮인 이 무대가 마치 호러 같은 지금의 팬데믹 시대를 연상케 한다.
 
“지금의 상황이 완화되거나, 우리가 보유한 쇼가 소진될 때까지다. 매주 1회 영상을 공개한다. ”
 
이것은 창작자로서 코로나19와 싸울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실험. 해당 영상의 라이브 곡 목록을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StayHome #WithMe' 라는 해시테그를 달고 열린 라디오헤드의 공연 'Live From A Tent In Dublin (October 2000)'. 사진/라디오헤드 공식 유튜브 캡처, 강앤뮤직
 
20세기 말, 영국의 정치적 혼란 상태를 빗댄 ‘The National Anthem’이 포문을 여는 첫 곡. 음침한 베이스기타의 리프로 시작해 불협화음적 금관악기, 라디오 뉴스 샘플링 뒤섞임으로 나아가는 곡은 난해하며 심히 불안정하다. 중반부 세기말적이고 묵시록적인 ‘Idioteque’를 관통하면 사회의 온갖 부정을 마주한 이가 신을 향해 절규하는 마스터피스 ‘Paranoid Android’에 이른다. 잔잔한 어쿠스틱 선율과 휘몰아치는 사이키델릭한 기타 리프를 반복적으로 오가는 이 대곡이 머리를 지독하게 어지럽힌다.
 
공연의 말미쯤은 다시 세상 모든 만물들을 향해 다시 ‘제 자리로, 가장 알맞을 그 자리로 가라’는 메시지. 곡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무려 20년 전의 이 음악, 영상 메시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어지러운 지금의 세계를 관통한다.
 
‘누가 먼저 끝나나 해보자’는 라디오헤드의 대담성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세계적인 뮤지션들도 앞다퉈 코로나19에 맞서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국민밴드 시규어로스의 보컬 욘시는 최근 유튜브에 ‘고립의 방(Isolation Room)’이라는 채널을 새롭게 열었다. 제목에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중인 오늘날 이 세계가 넘실댄다. 
 
Jónsi & Alex Somers - ‘Riceboy Sleeps’ + 'All Animals’. 사진/Isolation Room presents 유튜브 캡처
 
8일 독립적으로 진행 중인 듀오 프로젝트 ‘욘시 & 알렉스’의 1시간 반 짜리 공연을 여기에 무료로 올렸다. 지난해 6월11일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렸던 프로젝트의 10주년 공연. 라디오헤드가 전투적이라면 이들은 보다 평화적인 희망의 세계를 열어 젖힌다. 족히 수십명은 돼 보이는 오케스트라 선율과, 피아노, 하프, 활로 긁어대는 기타소리로. 팔세토 창법으로 스스로 창조한 노래 언어명도 심지어 ‘희망어(Hopelandic)’다. 이 환상의 소리는 호러 같은 이 세계를 잠시나마 도피하게 한다. 한적한 시골 숲속, 엘크의 울음소리, 아이슬란드 화산지형과 얼음의 흑백 대비로 데려다 놓는다.
 
음악은 저항을 가능케 한다. 희망을 보게 한다. ‘고립의 방’ 첫 머리에 적힌 문구.
 
“헤드폰을 써라... 그리고... 탈출하라”
 
Jónsi & Alex Somers - ‘Riceboy Sleeps’ + 'All Animals’. 사진/Isolation Room presents 유튜브 캡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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