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위기에 흔들리는 '금호그룹'
금호고속, 금호산업 지분 담보로 1300억원 빌려…매각 불발 시 차입금 상환 어려워
입력 : 2020-06-10 14:56:20 수정 : 2020-06-10 15:21:24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업계 관심은 금호그룹에 쏠린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 시 매각 대금으로 그룹을 재건하려했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호고속이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그룹 전체가 와해될 수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협상하자고 요구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초강수를 둔 이유는 그만큼 아시아나항공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는 점을 반증한다.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할 경우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접을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될 경우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협상 대상자를 찾는 것도 어렵다.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누구도 선뜻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문제는 금호그룹이다. 금호고속이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산업은행에서 돈을 빌렸는데 아시아나 매각대금이 없으면 차입금을 상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금호그룹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대금 3228억원으로 산업은행에서 받은 단기차입금 1300억원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매각 대금을 활용하지 않으면 금호고속은 차입금을 갚을 방안이 마땅치 않다. 지난해 기준 금호고속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19억원이다.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동원해도 1000억원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산업은행은 금호고속에 돈을 빌려주는 대신 금호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45%를 담보로 잡고 있다. 차입금을 갚지 못하면 금호산업이 그룹을 떠나 산업은행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다. 일단 산은은 지난달 말까지였던 차입금 만기를 연장했으나, 금호산업의 입지는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아울러, 매각 불발보다 재협상이 진행될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을 깎을 가능성이 높아 금호산업은 3228억원보다 더 적은 금액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경영권 등 문제에 관해 들리는 얘기는 없다”라며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예정대로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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