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대형 건설사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10대 건설사 대다수가 연초 계획했던 상반기 물량을 제대로 털어내지 못했다. 계획 물량의 절반도 내놓지 못한 건설사가 다수이고, 아파트 공급 없이 오피스텔만 일부 내놓은 곳도 있다. 각종 인허가 과정이 늦어지면서 분양 일정이 조금씩 밀리는 경우는 빈번하지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일부 단지는 분양가 협의가 늦어지면서 공급 일정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내 건설사의 상반기 분양 물량을 11일 집계한 결과, 자료 회신을 거부한 롯데건설 외 나머지 9개사는 이날까지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총 3만5915가구를 공급했다. 이들이 연초 계획한 상반기 분양 물량은 9만3722가구였다. 계획 대비 실적이 38%에 불과한 것이다.
9개사 중 상반기 목표 달성률이 가장 높은 곳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상반기 2만636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는데 현재까지 1만4039가구를 분양해 목표의 68%를 채웠다. 현대건설은 계획 물량 1만2054가구 중 7905가구를 공급해 65%를 달성하며 GS건설 뒤를 이었다. 이외에 현대엔지니어링이 4125가구 중 2535가구를, 대우건설은 2만636가구 중 1만4039가구를 공급해 계획 대비 각각 61%, 60%를 분양했다.
지난해 10대 건설사에 진입한 호반건설은 계열사 물량을 포함해 계획했던 3369가구 중 1519가구를 공급했다. 호반은 이달 내 766가구 규모의 고덕신도시2차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이외 포스코건설은 5120가구를 예정했으나 1999가구를 공급하며 39% 달성에 그쳤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만942가구 공급 계획이었지만 9%에 불과한 997가구를 내놓는 데 그쳤다. 지난달 다수 물량을 분양해 상반기 내 1만2012가구를 쏟아내려던 대림산업은 현재까지 오피스텔 96실만 공급한 상태다. 삼성물산은 이르면 지난달 말 공급하려던 1048가구를 이달 중 내놓을 예정이다.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 계획은 자주 변경되곤 한다. 지자체 인허가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시일이 조금씩 늦어지고 정비사업은 조합 내부 사정에 따라 분양 시기가 갈린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가 더해졌다. 한때 진정세를 보이던 코로나19는 지난달 초 연휴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다. 청약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들도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인 견본주택을 열기가 조심스러워 분양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인허가 상 이유로 분양일정이 수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사업장 일정 수립에 많은 영향이 있었다”라며 “특정 지역에서는 모델하우스를 만드는데 필요한 인원 수급도 원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견본주택 개관을 많이 부담스러워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분양가 협의가 난항을 겪는 점도 건설사 공급을 늦췄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총 1만2032가구 중 4786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은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이 공동 시공한다. 이 단지는 원래 4월 전 분양 예정이었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조합간 분양가 줄다리기가 길어진 탓에 아직 분양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둔촌주공 분양을 준비 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코로나19로 분양 계획 다수가 밀린 데다 둔촌주공 같은 대규모 단지도 분양 일정이 조정되면서 상반기 계획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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