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테크)SK바이오팜 공모투자, 실익 작을 듯
청약자금 총동원, 경쟁률 폭발 예고…청약우대? 50%적용돼도 8억 필요
투자금 대비 상장첫날 수익률 1% 이하…작은 이익 반복해 쌓는게 공모투자
입력 : 2020-06-19 12:00:00 수정 : 2020-06-19 12:48:41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의 공모청약을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30조원이 모였던 2014년 제일모직의 청약경쟁률 기록을 깰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청약 대기자들은 이번 공모를 위해 대출까지 동원하며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으나, 웬만한 자금 규모가 아니고서는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 수요예측에 국내기관 976곳이 참여해 희망공모가 범위보다 높은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드러난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 또한 다르지 않아, 오는 23일과 24일에 진행되는 SK바이오팜의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이번 공모를 대행하는 증권사들에 문의전화가 부쩍 많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SK바이오팜 홈페이지>
 
이번 SK바이오팜의 주식 공모에는 공동대표주관사 NH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공동대표주관사로 참여했으며 한국투자증권과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이 공동주관회사로 참여했다. SK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인수회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중 일반인들은 씨티와 모간스탠리를 제외한 국내 증권사 4곳에서 공모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아무래도 주식을 가장 많이 배정받은 곳이 509만주를 확보한 NH투자증권이어서 이곳으로 문의가 많이 가는 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342만6204주, SK증권은 156만6265주, 하나금융투자는 97만8915주를 확보했다. 
 
하지만 일반 청약자에게 돌아갈 주식은 많지 않다. SK바이오팜은 이번 공모에 신주 1331만3250주와 구주 626만5060주, 총 1957만8310주의 보통주를 풀었는데 이중에서 20%(391만5662주)는 우리사주 몫이고, 60%(1174만6986주)는 기관투자자의 몫이다. 나머지 20%인 391만5662주를 두고 격전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관에게 배정된 주식에 간접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공모주 펀드를 찾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애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간 1300억원 넘는 돈이 공모주 펀드로 모였다고 한다. 하지만 공모 펀드는 한 종목당 투자 한도가 있어 SK바이오팜 공모에서 얻는 이익이 펀드수익률에 주는 영향이 크게 줄어드는 약점이 있다. 앞으로 다른 공모주까지 투자목적으로 삼는다면 모를까 이번 SK바이오팜 공모에 관심이 있는 경우라면 직접 뛰어드는 것이 맞다. 
 
지난해 11월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가 미국 FDA로부터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시판 허가를 받은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은 17일과 18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공모가는 오늘(19일) 오후에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공모 희망가는 3만6000~4만9000원이었다. 4만9000원으로 정해질 경우 공모금액은 9539억원이 되겠지만 현재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를 넘어설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서 개인이 실제로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추정해보자. 증권사별로 청약자격에 제한을 두고, 거래실적이 많은 고객들에게는 우대를 해주고 있다. NH투자증권에서는 청약한도의 최고 250%까지 청약을 할 수 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최고한도는 7만2076주이며 250% 우대를 받을 경우 18만189주까지 청약이 가능하다. 반대로 별다른 거래실적이 없으면 한도의 절반만 적용돼 3만6038주까지 청약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금액으로 바꿔 보면 주어진 한도를 다 채우는 일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50% 청약한도가 적용돼도 공모가 4만9000원×3만6038주×청약증거금율 50%를 적용하면 8억8293만원이 있어야 한도를 채워 청약할 수가 있다. 250% 우대조건에 맞게 최고 한도를 채운다면 44억1500만원이 있어야 한다. 
 
일반 투자자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금액이지만 자산가들 중에는 최고한도 이상을 청약하기 위해 가족명의로 계좌를 열어 준비하고 있다. 당연히 청약경쟁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된 391만5662주에 공모가 4만9000원을 곱한 공모규모는 1918억6743만원. 여기에 청약증거금율 50%를 반영하면 959억3372만원이다. 청약경쟁률이 300:1만 되도 28조7801억원이 모이게 된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공모인 감안하면 500:1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500:1이면 48조원이 모이는 것이다. 사상 최고 기록은 무난하게 깨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500:1이면 10억원을 들고 청약에 참여해도 81주밖에 배정을 받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1억원을 갖고 청약에 참여해 300:1 혹은 500:1의 경쟁률이 나와 8~13주를 받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상장 첫날 4만9000원 공모가에서 100% 올라 개장한 후 상한가로 마감한다면 12만7000원가지 오르게 된다. 1주당 7만8000원 차익으로 8주면 62만4000원, 13주면 101만4000원이다. 1억원 투자금 대비 0.62~1.01%의 수익률이다.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희망가격을 뛰어넘거나 SK바이오팜이 상장 후 연일 불을 뿜는다면 투자성과는, 전자의 경우엔 더 하락하고 후자일 땐 더 높아질 것이다. ‘국민 공모주’ SK바이오팜이라도 공모투자로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이익을 반복적으로 모으는 것이 전형적인 공모투자다. 참여할 가치는 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청약할지가 중요하다. 증권사별로 청약경쟁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대한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열어두는 것이 좋겠다. 
 
물론 청약자격을 확인해야 한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의 경우 기존 고객이 아니라면 우대를 받기는 쉽지 않다. 위에서 확인한 것처럼 50%만 채워도 8억원 이상이 있어야 하므로 자산가가 아닌 이상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50%라도 받고 싶다면 다음주 월요일 안에는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NH투자증권은 청약개시일(23일)에 만든 계좌로 청약종료일(24일)에 청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22일까지는 계좌를 열어야 청약이 가능하다.  
 
만약 자금이 충분하다면, 그리고 아직 NH투자증권 거래실적이 없다면, 지금 당장 ELS에 가입하면 된다. NH투자증권은 직전 3개월간 총 2000만원 이상 ELS에 배정된 경우 공모청약한도 200%, 1000만원 이상 배정되면 150%를 적용해준다. 지금 판매 중인 ELS 상품들이 있는데 모두 오늘 오후 1시에 모집을 마감한다. 자금이 충분해 우대를 받아야겠다면 서둘러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SK바이오팜 공모에 많은 자금이 모일 것으로 예상, 이 자금을 잡기 위한 이벤트를 별도로 마련했다. <사진: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
 
한국투자증권도 지금 계좌를 개설할 경우 50% 청약한도를 적용받아 2만주까지 청약할 수 있다. 우대조건은 대부분 3개월간의 거래실적을 기준해 맞추기 어렵다. 단 하나, 퇴직연금 가입만 청약일 직전까지 본다. 1000만원 이상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200% 한도가 적용돼 8만주 청약이 가능하다.  
 
SK증권의 최고 청약한도는 5만주, 하나금융투자는 1만7000주, 우대고객은 3만4000주다. 
 
수십억 단위 자산가라면 청약경쟁률 눈치 볼 것 없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모든 곳에 계좌를 열고 이와 같은 최소한의 우대조건을 맞추면 200%까지 청약이 가능해 배정받는 주식 수를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증권사들은 이번 공모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모일 것으로 예상, 이 자금을 붙잡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예 별도의 현금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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