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인사이더)"오버 애니메이션으로 통쾌한 타격감 극대화…2D 도트의 매력이죠"
넥슨 자회사 네오플 던전앤파이터 아트실 몬스터팀 김승용 팀장·송화섭 파트장
입력 : 2020-07-01 15:23:25 수정 : 2020-07-01 15:23:25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3D 게임의 물결 속에서도 2D 게임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횡스크롤 방식과 도트(Dot) 그래픽은 2D 게임만의 매력이다. 도트는 2D 이미지의 최소단위 사각형을 말한다. 도트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도트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도트를 찍는다'고 표현한다. 작은 도트들이 수없이 찍히면서 근사한 캐릭터와 역동적인 배경이 탄생한다.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한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던전앤파이터'는 대표적인 2D 도트 그래픽 기반의 게임이다. 던전앤파이터 아트실 몬스터팀에서 2D 도트 그래픽 작업을 담당하는 김승용 팀장과 송화섭 파트장을 최근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넥슨 사옥에서 만나 도트의 매력에 대해 들었다.  
 
"큰 원화를 작은 도트로 잘 표현했을 때 가장 큰 성취감…도트 명가로 이어갈 것"
 
김승용 몬스터팀장. 사진/넥슨
지난 2005년 출시된 던전앤파이터는 한국·일본·중국 등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넥슨의 대표 장수 게임이다. 올해 1월 기준 전세계 약 7억명의 회원을 보유한 히트작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과거 오락실에서 즐기던 횡스크롤 액션 게임처럼  간단한 조작만으로 통쾌한 액션과 짜릿한 타격감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사용자들을 보유한 인기 게임인 만큼 하나의 캐릭터나 무기를 추가하더라도 심혈을 기울인다. 몬스터팀은 하나의 보스 몬스터를 기획하고 게임에 반영하기까지 2~3개월의 시간을 들인다. 하나의 몬스터는 기획에서 출발한다. 기획에서 몬스터의 모습과 성격 등에 대한 설정이 나오면 원화팀은 이를 바탕으로 몬스터를 그린다. 이때부터가 몬스터팀의 역할이다. 몬스터팀은 원화를 2D 도트 그래픽으로 표현한다. 큰 원화 그림을 작은 도트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다. 작은 도트 속에서 몬스터의 몸과 무기, 액세서리까지 표현해야 한다. 원화 몬스터의 매력을 그대로 살리면서 작게 표현하는 작업이다.
 
송화섭 몬스터팀 파트장. 사진/넥슨
이 과정은 그래픽 제작 과정이자 치열한 소통의 과정이기도 하다. 몬스터팀의 작업자와 팀장, 원화팀이 수시로 의견을 주고 받는다. 도트로 표현했을 때 원화의 이 부분은 생략될 수 있다거나 어떤 부분은 강조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나눈다. 게임에서 구현될 최종 도트 이미지를 가장 매력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처 도트 그래픽의 몬스터가 나오면 이펙트팀이 각종 그래픽 효과를 더한다. 이후 게임 배경에 몬스터를 올려 색감 조정 등 마지막 최적화 작업까지 마치면 비로소 사용자들이 보는 게임 속 몬스터가 탄생한다. 
 
큰 원화 이미지를 작은 도트 그래픽으로 표현해 매력적인 몬스터가 탄생했을 때가 몬스터팀이 가장 큰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김 팀장과 송 파트장은 2D 도트 그래픽의 매력으로 액션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을 꼽았다. 가령 캐릭터가 몬스터를 타격할 때 주먹이 커진다거나 타격하는 부위를 실제 인체 비율과 맞지 않을 정도로 강조하는 방식이다. 생략할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사용자가 타격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한다. 캐릭터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강조하는 3D 게임에서는 이같은 '오버 애니메이션'을 표현하기 어렵다.
 
이같은 도트 그래픽의 매력에 푹 빠진 김 팀장과 송 파트장은 3D 게임이 쏟아지고 있지만 던전앤파이터는 2D 도트 그래픽을 이어갈 계획이다. 도트 명가가 되기 위해 도트 그래픽의 장점을 유지하며 고품질의 게임을 선사하겠다는 각오다. 
 
던전앤파이터 몬스터 '트라&타나'의 기본형 완료과정. 사진/넥슨
 
던전앤파이터 시로코레이드 보스 '길리'. 사진/넥슨
 
"도트도 그림 표현 방식 중 하나…그림 기본기 가장 중요"
 
네오플은 꾸준히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특히 아트실의 경우 2D 도트 그래픽을 이어가기 위해 능력 있는 도트 그래픽 디자이너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 팀장과 송 파트장은 2D 도트 그래픽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기본기'를 꼽았다. 기본적으로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 송 파트장은 기본기를 '캐릭터의 콘셉트를 잡고 인체 스케치를 할 수 있는 그림 실력'이라고 설명했다. 도트 그래픽도 그림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보니 기본기가 갖춰진 디자이너는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네오플은 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다. 실무자들이 직접 나서 수업한다. 아카데미 출신들이 네오플에 입사해 훌륭한 업무능력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꼭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이러한 교육을 받고 그림 기본기만 갖춘다면 2D 도트 그래픽에 도전할 수 있다. 현재 네오플의 그래픽 디자이너 중에도 프로그래머 출신과 생명공학 전공자 등 비전공자들이 있다. 그림을 좋아했지만 다른 쪽으로 갔다가 결국 자신의 적성을 찾아온 경우다. 던전앤파이터를 좋아하는 공통점도 있다. 
 
네오플은 현재 신입·경력사원의 공개채용을 진행 중이다. 김 팀장과 송 파트장도 새로운 후배를 기다리고 있다. 디자인 파트는 서류전형에서 포트폴리오를 첨부해야 하고 신입 지원의 경우 과제도 수행해야 한다. 김 팀장과 송 파트장은 결국 포트폴리오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간 자신의 노력과 그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네오플 던전앤파이터 아트실 몬스터팀의 김승용 팀장(왼쪽)과 송화섭 파트장이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넥슨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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