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호송차량서 떨어져 다친 피의자에 위자료 지급해야"
"호송차량 구조상 안전하차에 지장…호송경찰관도 부축하지 않아"
입력 : 2020-07-08 11:55:46 수정 : 2020-07-08 11:55:46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피의자가 호송차량에서 내리다가 굴러 떨어져 다쳤다면 국가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8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김천지원 박치봉 판사는 "호송 경찰관이 원고가 안전하게 하차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국가는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경상북도 김천시에 위치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진/뉴시스
 
2018년 5월 사기 사건 피의자로 구속 수사를 받던 김모씨는 피의자 신문을 위해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호송되던 중 차량에서 내리다가 좌석 시트에 발이 걸려 땅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 사고로 김씨는 허리와 골반에 디스크가 생겼고, 팔꿈치에는 물이 차는 부종이 발생했다. 호송을 하던 3명의 경찰관은 고통을 호소하는 김씨에게 진통제만 주고는 호송작업을 계속했다.
 
김씨로부터 법률구조 요청을 받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은 피의자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김씨에 대한 법률구조를 결정했다. 공단은 김씨를 대리해 국가와 호송경찰관 등을 상대로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공단측 김민규 법무관은 차량구조를 조사해 호송차량의 부실함과 호송경찰관의 부주의를 지적했다. 운전석 뒤에 설치된 투명차단벽으로 인해 김씨가 지나가야 할 공간은 좌석 끄트머리와 차단벽 사이 18㎝에 불과했다. 차단벽에는 승하차 손잡이도 없었다.
 
공단측은 "원고가 수갑과 포승에 묶여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 상황에서 경찰관들이 부축 등 주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부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는 "키 180㎝ 몸무게 110㎏이 넘는 건장한 40대 초반의 남성이 30㎝ 지면 아래로 넘어진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주장한 만큼의 부상이 발생할 위험성은 없었다"고 맞섰다. 
 
법원은 원고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국가가 1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토록 하는 한편 호송경찰관에 대해서는 청구를 기각했다. 박 판사는 "호송차량은 구조상으로 안전하차에 지장을 줬고, 원고의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그런 구조적 문제점이 위험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았다"며 "호송경찰관들은 원고를 부축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왕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