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의 설움…소형 SUV 인기에 존재감 사라진다
가성비에 밀려 13년 만에 연간 10만대 깨질 수도
입력 : 2020-07-09 06:10:00 수정 : 2020-07-09 06:1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의 한 축이었던 경차의 입지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가성비가 뛰어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쏟아지면서 경차 수요를 흡수하고 있어서다.
 
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차 판매량은 4만737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감소했다. 같은 기간 6% 성장한 전체 시장 흐름과 반대다.
 
사진/기아차
 
기아차 모닝과 레이, 한국지엠 스파크 모두 판매량이 모두 10~15% 안팎 줄었다. 특히 모닝은 5월 중순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모닝의 5~6월 판매량은 3356대로 1~4월 3375대와 거의 비슷하다.
 
지금 같은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연간 판매량이 2007년 이후 13년 만에 다시 10만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2007년 8만2000여대 정도였던 경차 판매량은 2008년 13만대를 넘어섰고 이후에도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2012년 20만대를 돌파했다. 당시 16만대가 팔린 대형 세단보다 많고 22만대가량이 팔린 중형 SUV와 큰 차이가 없다.
 
경차 판매는 이때를 정점으로 줄었지만 2016년까지 17만~18만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7년 15만대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11만대 정도로 축소됐다.
 
소형 SUV가 경차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다. 경차의 최전성기인 2012년 6600여대에 불과했던 소형 SUV 판매는 매년 2배 안팎 성장하면서 2015년 10배가 넘는 8만6233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확장세를 지속하면서 2017년 경차 판매량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2만5174대로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이 됐다. 대형 세단과 중형 SUV가 각각 21만5855대, 20만3897대 팔리면서 뒤를 이었고 나머지는 20만대를 밑돌았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12만대 가까이 팔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고치를 다시 한번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가격만 놓고 보면 경차가 저렴하지만 공간과 편의 장비, 성능, 연비까지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소형 SUV를 살 때의 가격부담보다 편익이 더 크기 때문에 소비자가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계속해서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소형 SUV가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티볼리가 주도했던 소형 SUV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기아차 셀토스가 등장과 동시에 독주하는 모양새였는데 올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트레일블레이저와 XM3를 선보이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9545대가 팔렸고 XM3는 매월 5000대 이상 판매되면서 2만2252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쌍용차는 커넥티드카 서비스 인포콘과 고급 편의·첨단 안전사양을 적용한 리스펙 티볼리를 4월에 내놨고 하반기 중에 롱보디 모델 티볼리 에어를 재출시할 계획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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