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보복 우려 '임원 메일 열람' 복직자…법원 "해고 부당"
입력 : 2020-08-02 11:23:17 수정 : 2020-08-02 11:23:17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부당해고 됐다가 복직한 직원이 인사 보복을 우려해 임원 메일 등을 몰래 열람했더라도, 이를 빌미로 다시 해고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최형표 부장판사)는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해고 기간 동안 지급하지 않은 급여 3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회사의 인력 감축 과정에서 희망퇴직 처리됐다가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으로 이듬해 복직했다. 하지만 그는 2018년 다시 징계해고를 당했다. 회사 고위 임원들의 ID와 비밀번호를 도용, 사내 업무 시스템에 접속한 후 결재문서와 이메일을 열어봤다는 이유에서다. A씨가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뉴시스
 
A씨는 법정에서 "복직 이후 보복성 인사 등으로 고통을 받다 보니 부득이 생존을 위해 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법원에 따르면, 회사는 A씨의 책상을 화장실 책상을 앞에 배치해놓고 근무케 하거나 회의실에서 혼자 일하도록 조치했다. 또 보안사 이유로 외부인들에게만 부착하게 하는 휴대전화 카메라 가림용 스티커도 부착하게 했다.

재판부는 "복직 후 회사에서 받은 대우에 비춰보면 해고를 당한 바 있는 A씨가 경험칙상 정상적으로 근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그런 사정이 A씨의 행위를 완전히 정당화하기는 어렵지만 귀책 사유가 전적으로 A씨에게 있는 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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