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새 임대차법이 흔들어 깨울 '차임증감청구권'
입력 : 2020-08-03 12:00:00 수정 : 2020-08-03 12:36:56
차임증감청구권? 그게 뭔데?
 
임대차계약 기간 내에 전세나 월세 금액을 올리거나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임대인의 권리이자 임차인의 권리이다. 무려 민법의 임대차편,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임대차보호법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권리다. 독일 민법과 일본의 차가차지법에 입법례가 있기도 하다.
 
임대차계약 기간 중에 월세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못 믿겠다는 분들이 많다. 일반 임대인들은 거의 활용하지 않았기 떄문이다. 임대아파트 같이 대규모 임대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은 그동안 매년 5% 가량 임대료를 올려왔다.
 
법은 있었지만 잠자고 있었던 권리, 그 차임증감청구권이 이번 임대차법 개정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커졌다.
 
개념을 조금 더 정리해보자. 차임증감청구권은 임대차계약을 해서 전, 월세 금액을 정했더라도 조세, 공과금, 경제사정 변동 등으로 적절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계약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5% 범위내에서 인상할 수 있는 권리다. 월세 뿐 아니라 전세 보증금도 증액요구가 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임대차3법’은 임차인 보호를 강화한 새 법이다. 그러나 이 법에도 차익증감청구권이 규정돼 있다. 새 법 제7조를 그대로 쓰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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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조(차임 등의 증감청구권) 
① 당사자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이 임차주택에 관한 조세, 공과금, 그 밖의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적절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장래에 대하여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증액청구는 임대차계약 또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하지 못한다. <개정 2020. 7. 31.>
② 제1항에 따른 증액청구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20분의 1의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 다만,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 및 특별자치도는 관할 구역 내의 지역별 임대차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하여 본문의 범위에서 증액청구의 상한을 조례로 달리 정할 수 있다.
 
‘법률의 세계’에서는 한 번 계약을 하면, 핵심 내용인 가격이 일방에게 아무리 불리하더라도 계약기간 동안 바꿀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시세를 모르고 10배 이상 비싸게 계약했더라도 불공정한 무효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본 판례가 있을 정도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임대차법들은 모두 계약기간 내 차임변경을 요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임대차기간이 2년으로 비교적 짧은 계약임을 감안한다면 파격에 가깝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차임증감청구는 조세, 공과금,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차임을 증감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 범위는 5%로 묶어 놓았다. 증감폭을 5% 범위로 묶어 두었다고 볼 수 있지만 5% 내외의 미미한 변화로도 차임증감을 요구하여 계약을 변경할 수 있게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임대차3법으로 임차인들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이 주어지면 임대인으로서는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매년 차임 5%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임대차기간 4년을 보장하고 매년 5%씩 올리면 4년 만기시까지 최대 15.7%를 더 올릴 수 있다. 15.7%면 적지 않은 폭이다. 핵폭탄은 아니더라도 TNT급 위력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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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차임증액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서울지역 부동산의 경우 보유세 인상율이 30%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다.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한해에 30%씩 올리면서 임대인이 한해에 차임 5% 올리는걸 정부가 막을 명분이 있을까.
 
법은 차임변동 사유로 조세와 공과금 변동을 명시해 놓았는데, 이와 함께 부동산 조세인상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인정한 채널이 바로 차임증감청구권이다. 이 권리는 부동산 과열현상이 없는 지역에서는 임차인의 감액청구권의 근거규정이기 때문에 함부로 없애자고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기본법인 민법에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쉽게 바꿀 수도 없다.
 
그렇다면, 임차인이 차임증액요구를 안 받아들이면 그만 아닌가? 그렇지 않다. 임대인이 법이 정한 요건에 맞춰 차임증액요구를 하면 임차인의 동의가 필요없다. 이런 일방적인 권리를 '형성권'이라고 한다. 대법원은 차임증감청구권을 형성권으로 보았고, 차임증액요구가 임차인엑 도달하면 효력을 발생한다고 보았다(대법원 74다1124 판결).
 
부동산 임대시장의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임대인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할 경우 임대인들의 조직적인 대응을 부르게 될 것이다. 임대료 상한제가 주택공급을 축소시키고 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맨큐의 경제학’ 같은 경제학 교과서들이 이미 지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다른 나라들에서 이미 실패로 증명된 결과를 뛰어 넘을 것인가. 그런 기대를 하기에는 20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에서 이미 드러난 이 정권의 실력이 너무 초라하다.
 
임대차 대책도 2차, 3차, 4차로 이어질 지도 모르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정부에 대한 냉소와 조롱은 이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이런 식의 졸속입법으로는 잠자던 차임증감청구권을 깨우는 부수효과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문재인 정부는 임차인을 위한다는 선의를 가지고 임차인들을 지옥으로 내모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은지 두려움으로 돌아보기 바란다.
 
 
장진영 법무법인 '강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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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