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심사도 핀테크가 한다…"디지털금융 경쟁 속 협업 구축"
카카오페이·토스 등 급성장…은행권 '선택과 집중' 협력 모색
입력 : 2020-09-28 06:00:00 수정 : 2020-09-28 06: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은행권 디지털 혁신에 핀테크와의 협업이 활발하다. 핀테크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중은행들은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 속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나 이용이 저조한 핀테크 서비스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핀테크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최근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와 공동 개발한 소액단기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SC제일은행은 토스에 고객 심사 업무를 위탁하고 토스가 해당 대출 심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은행권에서 대출 심사를 핀테크 업체에 위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SC제일은행과 비바리퍼블리카는 금융위원회가 도입한 지정대리인 제도를 활용했다.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해 금융사는 예금과 대출 심사 등 고유 업무를 핀테크 기업에 위탁할 수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금융위로부터 지난해 3월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됐고, 이후 SC제일은행과 함께 상품 개발과 출시를 준비했다.
 
이번 신용대출은 토스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신청부터 실행까지 약 3분 이내로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먼저 시범 서비스 2년 동안 총 50억원의 자금이 운영된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과 성공적인 협업 사례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혁신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한국에 입국한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회장도 방한 일정 중 카카오뱅크와 비바리퍼블리카, NHN페이코 등 국내 핀테크 기업 수장들과 만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은 현재 6.67% 지분으로 비바리퍼블리카가 출범 준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향후 디지털 금융시장 선점을 위한 핀테크와의 경쟁구도가 협업체계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4년 16개 시중은행들이 참여해 제공했던 간편결제·송금 서비스 '뱅크월렛'은 다음달 30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핀테크 영역에서 카카오페이, 토스 등과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한 은행 관계자는 "독자적인 서비스를 고집하기보다 급성장한 핀테크 기업들과 손을 잡는 게 유리한 부분이 있다"며 "은행권에서 경쟁하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핀테크 기업들과 협업을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며 "은행업권의 경계가 흐르지는 만큼 다양한 협업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토스의 '내게 맞는 대출 찾기' 서비스에는 1금융권 은행 10곳을 포함해 25개 금융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토스를 통해 간단한 정보 입력만으로 각 금융사의 대출상품 금리와 한도를 비교하는 서비스로, 지난 16일 신한은행이 입점을 결정했다. 신한은행이 핀테크의 대출 비교 서비스에 입점한 것도 처음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토스와 뱅크샐러드의 핀테크 플랫폼에 참여했고, 하나은행도 지난달부터 핀크 서비스에 합류했다. 핀크는 지난 2016년 하나금융과 SK텔레콤 합작으로 출범했다.
 
시중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혁신 금융상품 개발에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는 한 핀테크 컨퍼런스 전경.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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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창현

산업1부에서 ICT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