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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전지전능한 정부가 시장을 망친다

2020-12-1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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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제 석학 하이예크는 그의 마지막 저서 <치명적 자만>에서 "사회주의자들은 '전지전능한' 정부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고귀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잘못된 근거와 토대 위에 세워진 거짓된 이론에 무책임한 선동가들이 판치게 될 경우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정부가 내놓은 경제 정책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상을 보면 답답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 불완전한 시장을 뒷받침하겠다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는 경제 논리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2017년 집권 당시 내걸었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은 현실에 벽에 부딪쳐 이미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저소득층의 주머니를 채워 내수 선순환을 꾀하고자 했던 의도와는 다르게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고용 감축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봤던 정부 기대와 달리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부동산 정책이다. 집권 이후 발표된 부동산 대책만 24개가 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정부는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보유세를 높이고 대출 규제를 강화해왔다. 하지만 공급 보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두고 잘못된 정책 설계한 결과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는커녕 부동산값 상승률은 역대 정부를 통틀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말부터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이후 매매가격은 물론 임대가격이 동시에 폭등하는 풍선효과까지 나타났다. 조금 더 지켜보고 기다리면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정부의 희망고문을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할까.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던 의도와는 다르게 정부의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과 가격의 기능을 마비시켰다. 부동산 대책으로 악화된 여론을 진정시키고자 정부가 수도권 127만호 공급 계획(8·4 대책)과 전세 대책(11·19 대책)과 같은 공급 대책 비중을 차츰 늘리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더구나 최근 논란이 된 '13평 짜리 4인가족' 공공임대 아파트는 주거 복지 정책의 차원이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좋은 약도 잘못 쓰면 독이 되듯이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 정부 정책은 오히려 국민에게 큰 화살이 될 수 있다. 경제 문제를 시장과의 싸움으로 인식하는 잘못된 정책을 계속 펼 경우 시장 질서는 파괴될 것이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지 모른다. 왜 정부의 의도와 상반되는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반성이 필요하다. 안되는 거 붙잡고 계속 버티기 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궤도를 수정하는 게 훨씬 현명한 길이다. 경제는 변수가 아닌 상수다. 변해야 하는 것은 정부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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