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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처벌 사각지대' 청소년 비행

2021-01-26 04:00

조회수 : 1,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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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능력이 현격히 모자라는 사람은 뇌 발달에 문제가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단순한 비하 발언이 아닌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뇌의 한 부분인 전두엽은 성인이 될 때까지 발달하는데, 공감 능력과 사고력, 창의력을 담당합니다. 발달이 되지 않았다면 이 같은 능력이 떨어지기 마련이겠죠. 청소년기에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조절 능력이 부족한 까닭은 전두엽이 미처 성장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뇌가 채 다 자라지 않은 촉법소년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죄를 묻고 벌을 준다 한들 미성숙한 발달 탓에 이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이에 범죄 행위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여겨집니다. 범죄 행위를 기록에도 남기지 않습니다. 뭘 모를 때 저지른 짓으로 여겨 평생 가져갈 주홍글씨를 새기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갈수록 흉악해지는 범죄 행위를 보면 아직 어리니 용서해주자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중학생들이 70대 노인의 목을 조르고 폭행한 영상이 온라인에 퍼졌습니다.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것도 가해 학생 무리로 밝혀졌습니다. 범죄 이후에도 죄책감따윈 없다는 얘깁니다. 피해자는 처벌 의사를 밝혔지만 가해자들이 만13세 미만의 촉법소년인 관계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충북 청주와 경기도 안양 등지에서 수차례 차량을 훔쳐 무면허 운전을 한 중학생 6명(남자 3명, 여자 3명)이 2019년 4월 10일 청주흥덕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피해자는 분통이 터져도 어쩔수 없습니다. 남자 중학생이 여자 화장실에서 초등학생을 몰래 촬영해도, 같은 학교 여학생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을 저질러도 촉법소년에 해당되면 형사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막대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그들의 부모가 강력한 처벌을 호소해도 촉법소년 면죄부를 뚫을 방법은 없습니다.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악랄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봄 새내기 대학생 뺑소니 사망 사건 가해자들은 사고 이후 SNS에 범죄 사실을 적으며 처벌받지 않는다고 떵떵거렸습니다. 여러 번 저지른 과거 범죄를 통해 학습한 탓이죠. 중고거래 앱에 장애인을 판매하는 글을 올린 청소년도 자신이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며 잘못을 지적하는 이를 오히려 조롱했습니다. 촉법소년 제도 폐지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건 이들 행위에 대중이 공분했기 때문입니다.
 
현행 제도에 찬성하는 이들은 교화 가능성을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회적 낙인으로 평생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 것도 걱정합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눈물을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죄값은 치러야 하지 않을까요? 더구나 촉법소년 제도를 ‘벌을 받지 않으니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치들도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피해자들과 또 다른 잠재적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촉법소년 제도를 손질해 소년비행 사각지대를 밝혀야겠습니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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