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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전·현직 케이뱅크 행장의 '전략적 동거'

2021-02-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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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반년마다 방이 바뀌었는데, 어머니께선 이삿날마다 "난 자리는 깨끗이 했느냐"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항상 다음에 오는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최근 은행권에 이와 비슷한 소식이 있어 소개합니다.
 
돌연 사의를 표한 이문환 전 케이뱅크 행장이 임기가 끝났음에도 이례적으로 두 달간 회사에 남기로 했습니다. 지난 9일부터 그룹 시너지 사업 자문에 임명돼 내달 31일까지 임기가 주어졌습니다. 케이뱅크 관계자 측은 KT에서 BC카드로 내려오는 계열사로서, 사업 시너지 중요한 시기이기에 인수인계·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두 달간 임기를 수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 행장이 취임 10개월 만에 자리를 고사한 만큼 업권 내에선 행보에 의문이 많았습니다. 평소 "번아웃 됐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업무의 고단함을 토로했다는 후문만이 전해집니다. 실제 이 전 행장 취임 이후 BC카드를 축으로 3966억원의 유상증자를 이끌며 케이뱅크 정상화에 힘썼습니다. 사업 안정을 위해선 추가 증가라는 숙제가 남아 있기에 주주사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했고 이는 쉽지 않는 과제였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성장성을 보여야 하는 데다 설득을 통해 투자를 계속해 이끌어야했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사임 이후에도 잠시마나 회사의 고문으로 남아 도움을 주기로 결정한 듯합니다. 더구나 다음 케이뱅크 행장에 비 KT출신인 서호성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부사장이 선임되면서 당장 계열사와의 사업 연계가 자연스럽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출범 당시부터 KT라는 든든한 뒷배가 성공을 보증했습니다. 케이뱅크는 이달 10일 사옥을 광화문에서 BC카드가 있는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로 이전하면서 시너지 확장도 모색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이 전 행장이 향후 케이뱅크의 다른 위치에서 역량을 재차 발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만 놓고 본면 이 전 행장은 자신 때문에 혼란을 끼칠 수 있는 조직에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동시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해야만 하는 아쉬움도 묻어나는 듯합니다.
 
케이뱅크 을지로 신사옥. 사진/케이뱅크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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