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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차기태의 경제편편)공감능력 있는 은행과 없는 은행

2021-03-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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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코로나19 전염병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깊어지고 여행업과 음식·숙박 등 내수업종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많은 소상공인들은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자 살아남기 위해 은행 등 금융사의 문을 두드려야 했다. 
 
정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보증 등 여러 가지로 뒷받침했다. 최근에는 대출만기를 다시 6개월 더 연장해주기로 했다. 코로나19가 기대와 달리 오래 이어지고, 매출 회복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에 어려운 책임이 부여됐다. 자영업자의 대출 요청에 부응하면서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2중의 책임이다. 힘겨운 소상공인과 이들의 생활을 지켜줘야 하는 정부 사이에서 그 책임을 회피할 수도 없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사들이 내부유보와 자본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할 필요가 제기됐다. 하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과 금융지주사들에 주주배당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영업해서 벌어들인 이익을 붙들어 두라는 주문이었다. 
 
이런 요구에 대해 금융사들과 금융사 주식 보유자들은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렇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다. 당국의 요구 이전에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은행들도 나름대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를테면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배당을 전년 대비 16% 줄이기로 했다. 이후승 하나금융 재무총괄 전무(CFO)는 지난달 5일 실적발표 후 질의응당을 통해 "유동성 공급과 이자상환 유예 등에 따른 잠재 리스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간 괴리확대 징후도 곳곳에서 보인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배당 축소를 통해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하고, 손실흡수능력 확보를 통해 그룹 복원력을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배당 성향을 일시적으로 낮춘 것이 오히려 주주가치 증대에 더 유리한 방향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정확한 현실 인식에 의한 정확한 판단이라고 여겨진다. 이 전무의 설명대로 코로나19가 여전히 진행 중이니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대출된 자금이 제때 상환되지 않고 부실화될 가능성에 여전히 대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제상황이 악화할 경우 대출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한 마디로 어린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사들에 직원 성과급도 금지하고, 자사주 매입이나 중간배당도 하지 말라고 권고해 왔다. 외국보다 한국은 비교적 온건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주주들 중심으로 한때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기는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주식투자자가 고배당 요구를 자제하고 있는 듯하다. 당국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현재의 경제불확실성에 따른 배당 자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공개된 주요 금융사들의 배당계획을 보면 대부분의 금융사도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우리은행 19.9%, 신한은행 22.7%에 이어 외국계인 씨티은행도 20%로 결정했다. 지난해 22.2%에서 소폭 낮아진 것이다. 씨티은행은 재작년에는 3000%를 넘는 배당성향을 보이다가 이렇게 급격하게 줄인 이유는 확실히 모르겠다. 어쨌든 이들 은행 모두 나름대로 공감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그런데 일부 국책은행은 다른 민간금융사에 비해 금융당국의 요구와 어긋난 결정을 내려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를테면 배당성향을 29.5%로 결정한 기업은행의 경우가 그렇다.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2016년 30.8%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30%대를 웃돌았다. 올해는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다른 은행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다, 이에 따라 대주주 기획재정부가 가져가는 배당금은 2208억원으로, 전년보다 550억원가량 늘어난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재정수요가 늘어났기에 이를 조금이라도 메워주려는 것일까?
 
어쨌든 정부의 방침과 세계적인 흐름을 국책은행이 앞장서서 부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공감능력이 없음을 드러낸 셈이다. 주식투자자들도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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