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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다른 기업도 샀는데…포스코 임원 주식 매입만 문제된 까닭은

호재 공시 한달 전 주식 매입…'시점'이 발목

2021-03-1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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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포스코 최정우 회장과 임원들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최 회장과 임원들은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호재가 될 만한 공시 직전 자사 주식을 샀다는 점. 즉 '시점'이 수상하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10일 포스코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12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최정우 회장 연임 등의 안건을 논의한다. 지분율 구성으로 볼 때 연임은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며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특히 전날 노조와 시민단체가 최 회장과 임원 63명이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이 있을 것이란 정보를 미리 알고 포스코 주식을 사 개인 이득을 취했다고 고발에 나서면서 검찰 조사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전날 노조와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접수하자 "지난해 3월 주식 매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책임 경영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한 자발적인 선택"이라며 "당시 포스코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 임원들의 자기 회사 주식 매입 발표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로 연초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하락하면서 기업 총수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23~24일 이틀에 걸쳐 280억원 규모로 매수했다. 정 회장 외에 당시 서보신 현대차 생산품질사장 등 그룹 계열사 임원도 자사주를 샀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비슷한 시기 약 10억원을 들여 롯데지주 주식을 사들였다. 이밖에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임원 29명도 급여의 10% 이상을 들여 회사 주식을 샀다.
 
회사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선 곳들도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3월 이사회에서 80억원을 들여 자사주 200만주를 매입하기로 했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도 5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사기로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자사주 취득 공시는 266건으로, 하루 평균 8.6건에 달했다. 2012~2019년 하루 평균 1.2건과 비교하면 7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당시 기업 임원들과 회사 차원의 자사주 매입이 많았음에도 시민단체와 노조가 포스코 임원들 고발에 나선 것은 임원들의 주식 매입과 회사의 자사주 매입을 함께 추진한 주요 기업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처럼 임원들이 주식을 산 직후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 결정된 곳은 드물다. 공시에 따르면 최 회장과 임원 63명은 지난해 3월 12일부터 31일까지 회사 주식을 연이어 매입했다. 당시 최 회장은 615주를 매수했고 장인화 사장은 500주, 전중선 부사장은 1000주를 샀다. 임원들의 주식 매입이 마무리된 열흘 뒤인 4월 10일 포스코 이사회에서는 1년간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의결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장기 기관투자가들이 자사주 매입을 지속해서 요구했고, 이에 따라 긴급하게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게 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종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당시 자사주 매입 규모는 포스코 시가총액의 6.44%에 달하는 큰 규모"라며 "회사의 임원들이 책임 경영 차원에서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가 있지만 호재성 공시 직전에 매입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 작성, 사전 통보 기간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이사회 결의 한달 전 계획이 구체화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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