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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비판 댓글에 '이런 걸 기레기'…대법 "모욕죄 안돼"

"기사·기자 행태 비판 위해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위법성 없어"

2021-03-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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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기사를 비판하면서 인터넷 댓글에 '기레기'라는 표현을 썼더라도 기사 작성 기자에 대한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5일 인터넷 포탈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댓글에 '기레기'라는 표현을 써 해당 기자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댓글에서 기재한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서 자극적인 제목이나 내용 등으로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는 행위 등을 하는 기자들 또는 기자들의 행태를 비하한 용어"라고 정의한 뒤 "기자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에는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댓글을 작성한 곳은 기사의 내용 및 이를 작성·게재한 언론의 태도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는 '네티즌 댓글'란이었던 점, 기사가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많은 가운데 MDPS를 옹호하는 제목으로 게시됐고 기사 내용의 많은 부분은 일반적인 EPS의 장점을 밝히고 있을 뿐인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여기에 이 기사를 읽은 상당수의 독자들은 일반적인 EPS의 장점에 기대 H자동차그룹의 MDPS를 옹호하거나 홍보하는 듯한 기사의 제목과 내용과 이를 작성한 피해자의 행위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이 담긴 댓글을 게시한 점 등 역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댓글의 내용, 작성 시기와 위치, 댓글 전후로 게시된 다른 댓글의 내용과 흐름 등에 비춰 보면, 이 사건 댓글은 그 전후에 게시된 다른 댓글들과 같은 견지에서 방송 내용 등을 근거로 이 사건 기사의 제목과 내용, 이를 작성한 피해자의 행위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해 표현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이러한 의견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결국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기레기'는 기사 및 기자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에서 비교적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이고, 이 사건 기사에 대한 다른 댓글들의 논조 및 내용과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16년 자동차 정보 관련 인터넷 신문사 소속인 모 기자가 작성한 <우리에게 '독'이 아니라 '득'이 되는 MDPS>라는 제목의 기사가 인터넷 포탈사이트 '다음' 의 자동차 뉴스 ’핫이슈‘란에 게재되자, "이런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을 달아 기자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은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가 불복해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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