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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안나

박찬구 회장, '경영권 분쟁' 승리…금호석화 측 안건 모두 가결(종합)

박철완 상무 이사회 진입 좌절

2021-03-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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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박찬구 회장과 조카 박철완 상무가 대치중인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이 박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박철완 상무가 낸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철완 상무는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금호석유화학 제44기 주주총회 표결 현장. 사진/금호석화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시그니처타워에서 제44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 선임의 건 △사내이사 1명 선임의 건 △사외이사 3명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위원 1명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7건의 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개별 안건 기준으로는 주주제안을 포함해 총 22건의 안건이 상정됐다. 
 
먼저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 승인 및 배당안의 경우 1-2호에서 양측의 배당 제안액이 나뉘었다. 사측에서는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4200원, 우선주 4250원을 제안했고 박철완 상무 측에서는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1만1000원, 우선주 1만1050원을 제안했다. 해당 안건의 주주 표결 결과 사측이 제시한 1-2-1호가 64.4%의 찬성율로 가결됐으며, 박철완 상무 측이 제안한 1-2-2호는 35.6%의 찬성표를 얻어 부결됐다. 
 
박 상무는 현금배당에 대한 주주제안 안건(1-2-2호)에 대해 "현재 회사는 2020 회계연도 기준 5670억원 이상의 현금 등 8000여억원을 사내 유보중이며, 과다한 사내 유보보다는 적정한 배당이 주주와 회사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안이라 생각한다"며 "자사의 배당성향은 동종 업계 평균인 49.3%보다 확연히 낮은 수준으로 배당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제2호 의안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에 대한 안건과 이사회 내 위원회 신설에 대한 양측의 제안을 담았다.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안에 대해서는 사측(2-1-1호)과 박철완 상무(2-2-1호) 측 제안이 각각 55.8%, 44.9%의 찬성율로 특별결의 요건(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양측 모두 부결됐다. 
 
위원회 설치 안건에 대해서는 ESG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등을 신설한다는 내용의 사측(2-1-2호)의 안건이 70%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박철완 상무 측에서 제안한 내부거래위원회(2-2-3호)와 보상위원회(2-2-4호) 구성 등의 안건은 2-2-2호의 부결로 자동 폐기됐다. 
 
또 제3호부터 제6호 의안까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1명 선임의 건에 대해서도 각각 사측이 69.3%(3-1호), 64.0%(4-1호), 68.4%(5-1호), 67.0%(5-2호), 74.0%(5-3호), 68.8%(6-1호) 등의 지지를 얻어 모두 가결되면서 사측이 추천한 인물들이 전원 임명됐다. 아울러 제7호 의안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도 76.8%로 가결됐다. 
 
특히 제4호 의안에는 박철완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건이 부결되면서 박 상무의 이사회 진입이 좌절됐다. 이로써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 황이석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교수가, 사내이사에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영업본부장(전무)이 선임됐다. 사외이사에는 최도성 가천대학교 석좌교수,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변호사, 박순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에는 최도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임명됐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사진/뉴시스
 
박 상무는 총회가 끝난 직후 입장문을 내고 "비록 아쉽게 이사회 진입이 좌절됐지만, 오로지 기업 및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진정성을 갖고 제안한 저의 구체적인 계획들을 공감하고 지지한 모든 주주분께 깊이 감사 드린다"며 "주총 결과와는 상관없이, 계속 지적해 온 부적절한 금호리조트 인수 추진, 과다한 자사주 장기 보유, 동종업계 대비 과소 배당 등 비친화적 주주환원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 이사회의 고질적인 거버넌스 취약성 개선, 여타 현 경영진의 주주가치 훼손행위에 대한 견제는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며 "주주제안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며 주주로서 회사에 일정부분을 기여하고자 하는 정당한 주주권리의 행사"라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ESG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데 국민연금이 현 주요 경영진의 배임 등 법적 책임, 불법취업 상태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며 "박찬구 회장이 불법취업 상태에서 51억원이 넘는 연봉을 수령하는 것 역시 회사의 임직원들과 모든 주주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더불어 "앞으로도 모든 주주들과 소통하며 금호석유화학이 시장을 주도하는 혁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나아가 주주 가치 또한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다음 주주총회에는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이날 총회는 당초 오전9시 시작 예정이었으나 의결권 있는 주식 수 2487만5163주 가운데 80%가 넘는 1995만5885주가량이 총회에 참석(위임 포함)하면서 개회만 2시간 넘게 지체됐다. 위임장을 통해 전달된 총회 전 집계 가능한 의결권에 대해서는 사전 표결을 진행했다. 법원 검사인 입회하에 유효·중복 의결권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소요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장에 직접 참여한 주주들에 대해서는 의안별로 투표를 진행한 뒤 실시간 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에 따라 처음 개회한 시각은 11시40분경이었지만 정족수 재확인이 필요해 정회 후 12시20분에 재시작됐으며, 오후2시10분경 폐회했다. 
 
총회 시작 예정 시간이었던 오전9시부터 진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자 진행 방식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한 주주는 "금번 주주총회 소집에 있어 온라인, 전자투표가 도입되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 어렵고 (코로나19 확산 가운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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