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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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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시론)특혜와 난개발이 '그린뉴딜'이라고?

2021-03-28 06:00

조회수 : 3,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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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권의 '녹색성장'은 4대강 사업 같은 토건사업으로 귀착되었다. 게다가 임기 말에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대량으로 허가하는 바람에 지금도 그 발전소들이 건설되고 있는 중이다. '반(反) 녹색'적인 일을 하면서, '녹색'이라는 단어만 오염시킨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이명박정권을 비판하면서 집권한 문재인정권도 '그린'을 표방하면서 사실은 '난개발'을 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데 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 같은 최소한의 검증절차도 생략한 채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많이 나온 제주2공항 사업에 대해서도 명확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도로건설 등 토건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신규 공항건설과 도로건설은 모두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정책방향과는 반대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 사업도 난개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탈핵과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는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추진하는 방식이 문제다. 마치 토건사업 벌이고 핵발전소 짓듯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업체들이 전국 곳곳에 마구잡이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발전사업을 하는 공기업들조차도 마구잡이식 난개발로 태양광, 풍력 발전을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다.

새만금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세계 최대규모의 수상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겠다면서 현대글로벌이라는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만든 새만금솔라파워(주)라는 회사의 지분 19%를 현대글로벌에 준 것뿐만 아니라, 수천억원대 공사의 지분까지 보장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명이 끝난 후에는 막대한 양의 폐기물을 소각 또는 매립을 해야 하는 재질의 플라스틱인 FRP(섬유강화플라스틱)을 사용한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재질을 사용할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유출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대안이 있는데도 이런 재질을 사용한다는 것은 반(反) 환경적인 선택이다. 이런 일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벌이고 있는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경남 합천에서는 발전공기업인 남부발전이 74㎿규모의 태양광발전 사업과 500㎿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등을 추진한다고 해서 지역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기존에 일반산업단지로 추진하던 사업이 좌초되자, 합천군이 남부발전과 함께 발전사업으로 둔갑시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태양광발전으로 인해 수십만평의 농지가 사라질 수밖에 없고 분지지형에서 LNG 발전을 하는 것은 주민건강을 위협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서명조작 의혹이다. 합천군에 따르면 2018년 9월 합천군민의 80%에 가까운 3만5739명으로부터 발전소 유치청원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명절 연휴와 공휴일을 제외하면 단 3일의 시간밖에 없었다는 것이 반대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은 주민들에게 설명회도 하고 서명을 받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합천군은 유치청원 서명지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만약 서명을 제대로 받은 것이라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풍력발전도 마찬가지이다. 전국 곳곳에서 민간업체들이 마구잡이 난개발 방식으로 풍력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핵발전이나 석탄화력발전을 추진할 때처럼, 돈으로 마을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등 정당하지 못한 방법들이 사용되고 있다. 투명성이나 주민참여는 말뿐이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유체이탈을 한 것처럼 '탄소중립', '그린뉴딜', '녹색금융' 같은 단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이나 풍력을 한다고 해서 녹색이나 그린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년 막대한 면적의 농지가 사라지고 있고, 곡물 자급률이 20%대에 머무르는 대한민국에서는 농지를 건드리지 않아야 '녹색'이고 '그린'이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밟지 않고,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건 녹색이 아니라 회색이고, 또 다른 난개발일 뿐이다.

현장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나 국회는 상황의 심각성을 모른다. 부동산 정책뿐만 아니라 에너지 정책도 총체적인 난국이다. 더 늦기 전에 난개발을 중단하고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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