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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수

(기자의 눈)증시 부양이 연기금 의무 아니다

2021-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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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부 우연수 기자
국내 증시의 구원 투스 VS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의 원흉
 
국민연금에 대한 평가가 코로나19 이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국내 증시 급락장때마다 천문하적인 금액을 매수해 지수 방어를 해온 국민연금이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원망을 듣고 있다. 국민연금이 '개미들의 적'이 된 것은 연기금이 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16조원 가량을 순매도하면서다. 
 
동학개미의 원성이 높아지자 국민연금의 자산배분을 조정하는 방안이 정치권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보궐선거라는 선거철을 앞둔 시점을 의식해서인지 국민연금의 매도행진을 멈추기 위한 시도는 일단 미뤄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26일 자산배분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위원들의 반대 의견에 안건을 보류했다. 다만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건은 다음달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매도는 철저히 기금운용 계획에 따른 것이다. 계획은 국내주식 비중을 지난해 말 17.3%에서 올해 말 16.8%, 2025년 말 15% 내외로 점차 줄여가는 걸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글로벌 전체로 봤을 때 시가총액 1.5%에 불과하며 미국 시장은 45~50%에 달한다. 중장기 목표인 '국내주식 비중 15%'도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주 상정한 안건은 코스피가 급등하는 등 주가지수가 상승해 어쩔 수 없이 비중이 커졌을 때 정해진 비중의 이탈 허용 범위를 늘려주는 안건이다. 비중 자체를 늘리는 건 아닌 만큼 연기금의 적극적 국내주식 매입을 기대하긴 어려우나, 기계적 매도는 누그러뜨릴 순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동학개미의 원성이나 정치권 압박 등 외부 변수가 연금 운용 전략에 개입된다는 점이다. 이탈 허용 범위를 늘리는 것은 중장기 운용 원칙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이래 10년간 유지해온 목표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갑자기 올 들어 변경하고자 안건을 상정한 것도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외압없이 독립성을 지켜야 할 국민연금이 또 다시 외압설에 휘말리고 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한 이후 국내 증시는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시장 저평가)'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고평가)' 시대로 가는 기로에 있다. 그러나 증시 부양이 국민연금의 의무는 아니다. 국민연금은 국민 생활의 안정과 복지 증진이라는 최우선 목표에 맞춰 운용돼야 한다. 
 
상황에 따라 여론에 따라 하나씩 바꾸기 시작하면 전체 자산배분계획을 바꿔야할 수 있다. 당연한 명제가 위태로워서는 안된다. 둑에 틈이 생기면 무너지기 쉬운 법이다. 
 
증권부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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