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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수사 48일 만에 스텝 꼬인 경찰

석씨 핵심 증거 '신생아실 사진'…국과수 "판독 불가"

2021-03-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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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스텝이 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월10일 신고 접수 뒤 48일이 지났지만 숨진 아이를 중심으로 한 DNA와 혈액형 검사결과 외에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모 석모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석씨 가족들이 내 놓은 반대 증거에 반박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30일 구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구미경찰서가 의뢰한 피해 아이 사진들에 대해 '판독 불가' 판정을 내렸다. 앞서 경찰은 김씨가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있던 신생아 사진 10여장을 확보해 국과수에 보냈다. 각각 찍은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되면 바뀐 사실을 특정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국과수는 사진을 찍은 각도와 신생아와의 거리 등이 제각각 달라 동일인 판독이 어렵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구미에서 숨진 3살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석모씨가 지난 11일 오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구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이 국과수에 사진 판독을 의뢰한 것은 석씨가 아이를 바꿨음을 전제로,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기 위함이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특정되지 않으면 재판상 증거로 쓸 수 없다. 국과수 DNA 검사 결과가 석씨와 숨진 아이가 친자관계일 가능성이 99.9999%라는 결론을 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찰이 검찰로 송치하면서 석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유기 미수 혐의다. 사체유기 미수는 석씨가 발견한 뒤 남편 김모씨가 신고해 미수에 그쳤다는 사실관계가 확실하다. 
 
문제는 미성년자 약취다. 형법상 약취는 폭행·협박 등 실력을 행사해 미성년자를 자신의 지배 아래 두는 범죄다. 경찰은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 한 뒤 딸 김씨의 아이를 어디론가 빼돌렸다고 보고 이 혐의를 적용했다. 때문에 아이을 바꿔치기한 행위는 경찰이 판단하고 있는 석씨의 핵심 범행이다. 그러나 국과수가 경찰이 제출한 '신생아 사진'에 대한 동일성 판독이 불가하다고 결론을 내면서 경찰이 내린 판단은 흔들리게 됐다. 
 
경찰이 특정한 '바꿔치기 시점'을 두고도 의혹 투성이다. 경찰은 김씨가 제왕절개로 딸을 출산한 2018년 3월30일 부터 48시간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고 보고 있다. 김씨가 입원한 산부인과 의원이 김씨가 낳은 딸에 대한 혈액형 검사를 4월2일에 실시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혈액형 검사에서 신생아가 김씨와 전 남편 홍모씨 혈액형 조합에서는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 나왔다고 밝혔다.
 
혈액형 불일치 사실을 밝힌 후 경찰이 내놓은 것이 일명 '끊어진 신생아 인식표' 사진이다. 국과수가 다른 9장의 사진과 함께 판독을 시도한 사진이다. 석씨가 아이를 바꾸는 과정에서 김씨가 낳은 딸의 인식표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통상 신생아실 특성상 의료진이 상주하고 실내와 복도에 CCTV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신생아를 데리고 들어가 바꿔치기 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경찰은 이 의혹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고 있다.
 
설령 아이가 바뀌었다면 신생아실 근무 의료진이나 김씨가 몰랐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이 추정하고 있는 석씨의 출산 시점은 2018년 1월 초로, 김씨 출산일과 50일 가까이 차이가 난다. 신생아라고는 하지만 태어난지 2일에 불과한 김씨 딸과 생후 2개월 가까운 석씨 딸은 체격이나 발육상태가 같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경찰 추정에 대해 남편 김모씨 등 석씨 가족들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가족들은 이날 언론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석씨의 출산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가족들은 "(딸 김씨가) 아이를 빌라에 두고 떠났고 아이가 사망한 것에 대해선 당연히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가족들도 아이를 지키지 못해 후회와 죄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언론에서 당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인식표(발찌)가 절단돼 있었다고 보도했는데 실제 인식표는 절단되거나 훼손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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