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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등용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 “공무원 사회 적극 행정 아쉬워…외국인 근로자 건의 가장 많아”

박 옴부즈만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2021-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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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적극 행정이 공무원 사회에선 아직 부족하다. 간절함을 갖고 일을 하는 게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지난 4대 옴부즈만으로 활동했던 소회와 함께 5대 옴부즈만으로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
 
“기업 활동만 33년, 봉사하는 마음으로 옴부즈만 도전”
 
박 옴부즈만은 1988년 트럭 한 대로 무연탄운송사업을 시작하며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두며 사세가 확장됐고, 박 옴부즈만은 보다 체계적인 사업을 위해 대주개발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2001년엔 한국종합화학공업(현 KC)을 인수했는데 이는 오늘날 대주·KC그룹의 모태가 됐다. 현재 대주·KC그룹은 대주중공업, 대주이엔티 등 10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을 경영하던 당시 어려움이 많았다는 박 옴부즈만은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으로 관에 대한 벽을 꼽았다. 정부에서 규제를 조금만 풀어주면 기업들에는 큰 도움이 됐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았다는 게 박 옴부즈만의 기억이다.
 
박 옴부즈만은 “어느날 옴부즈만 제도를 보고 내가 저 역할을 맡아 봉사하는 마음으로 기업을 도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서 “두 번의 도전에도 고배를 마셨지만 후배 기업인들에게 보탬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계속 도전을 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철거 위기 ‘칠성조선소’, 85만명 방문하는 관광지로
 
삼수 끝에 박 옴부즈만은 2018년 2월 4대 옴부즈만으로 공식 취임했다. 옴부즈만은 중소기업의 불편한 규제와 애로를 발굴해 개선하는 기관이자 개인(차관급)으로 관계 부처에 규제 개선을 권고하고 이행 실태를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박 옴부즈만도 중소기업 현장을 구둣발이 닳도록 뛰어다녔다고 한다.
 
그 결과 4대 옴부즈만 재임 기간 동안 약 380회의 기업 소통을 바탕으로 불합리한 규제 애로 3308건의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다. 이는 역대 옴부즈만 중 가장 높은 성과로 평가 받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속초 유명 관광지가 된 ‘칠성조선소’가 있다. 2017년까지 수리조선소로 운영된 칠성조선소는 1990년대 초반 목선이 FRP(유리섬유보강플라스틱) 선박에 밀리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자 이 곳 역시 폐업을 피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칠성조선소 자리에 도로 건설 계획이 알려지면서 70년 역사가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박 옴부즈만은 “해당 지자체에 칠성조선소의 보존을 건의했고 다행히 도로 건설이 이 곳을 우회하면서 진행돼 지금은 작년에만 약 85만명이 방문하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면서 “카페로 운영되기도 하고 스타트업 교육장으로도 활용돼 방문객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사이언스파크에 스타트업 입주가 가능하게 된 것도 또 다른 규제 혁신의 성공 사례다. LG사이언스파크는 당초 마곡산업단지 입주 조건에 따라 LG가 직접 연구하는 곳만 시설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 옴부즈만이 이런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 건의했고,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 간 협의로 규제가 풀려 LG 계열사가 아닌 스타트업도 내부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박 옴부즈만은 “현재 11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서 실적을 내고 있는데 2~3개 업체가 조만간 어마어마한 기술을 공개할 것”이라고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적극 행정 하면 30% 규제 개선 효과”
 
공무원들의 적극 행정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적극 행정만 제대로 이뤄져도 법이나 시행령을 바꾸지 않고 30%의 규제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게 박 옴부즈만의 생각이다. 특히 감사원의 감사 방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박 옴부즈만은 “감사원의 감사가 적발 위주로 되다 보니 공무원들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면서 “작은 사안에 대해서는 지도 위주로 하고 적극 행정을 한 공무원에 대해선 승진 혜택을 주는 등 적절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 현장에선 여전히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한다. 특히 최근 외국인 근로자 입국과 관련해 일부 국가엔 입국 제한 조치가 내려져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중소기업도 허다하다는 게 박 옴부즈만의 전언이다.
 
박 옴부즈만은 “자금 압박을 받는 곳도 많다”면서 “정부가 대출 이자 인상을 제한하고 있지만 시중 은행들은 자기 기준을 세워놓고 자금을 회수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받는 자금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5대 옴부즈만으로 연임에 성공한 박 옴부즈만은 이에 대한 기쁨보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앞선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유례 없는 코로나19로 인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만큼 이를 도와주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박 옴부즈만은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옴부즈만에 의지하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다 보니 저도 더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그런 어려움을 잘 알다 보니 업계 애로를 해소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 옴부즈만 지원단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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