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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소위 진보진영의 '변절자 딜레마'

2021-04-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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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가을, 박근혜 정권의 탄핵을 기치로 촛불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여들었을 때,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저마다 벅찬 감동과 안타까움, 간절함, 그리고 대한민국이 정말로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가야한다는 강력한 소망이 있었다. 그러한 강력한 염원이 모여 촛불 정부가 탄생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문 정부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보다’ 공정하고, ‘조금’ 더 착하고, ‘보다’ 대중적인 ‘선함’이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상상불가 규모의 탈세를 위해 국민연금을 움직이고, 언론을 사주하며 정부에 뇌물을 공여하는 삼성가의 이재용을 공적으로 단죄하려는 시민단체나 회계사 등이 영웅시되었고, 청와대를 등에 업고 남의 권력을 훔쳐서 대통령 행세를 했던 최 모씨의 어리석은 행보를 지적하며, 기득권 세력을 향해 통렬한 비판을 마다하지 않던 대학교수들의 촌철살인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 중 일부 대표적 진보주의자들은, 현 정부를 향해 비수를 던지고, 현 정부가 내로남불을 일삼고 전형적인 위선자의 모습을 보인다며 독설을 퍼붓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단행하면 할수록 'LH 사태'와 같이 과거 정권부터 숨어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정부를 옥죄고 있고, 정책을 주도했던 공직자들의 언행 불일치가 문제되기 시작했다.
 
LH 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부장관이 그랬고, 정책을 주도했던 김상조 정책실장이 그랬으며,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그렇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집 때문에 곤욕을 치뤘고,  김조원 전 정무수석은' 職을 버릴지언정, 서울 강남의 집 두 채는 포기하지 않은' 대표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의 원인이나 예상 결과도 민주당 측에 절대 유리하지 않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실패한 것일까. 아니면, 과도기적 상황에서 당면한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을까. 현 상황을 보다 정확히 진단하자면, 문 정부는 대중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자 했지만 디테일이 약하고 즉흥적이며 성급하게 진행함으로써 혼란을 야기한 것 같다. 또한 정책 집행자로 그 이상에 꼭 맞는 인물을 내세우지 못한 잘못이 있다. 기득권 세력인 검찰이나 사법부에 대한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추진하는 정책의 변곡점마다 검찰이나 사법부가 발목을 잡아 기세를 꺾어 버리고, 거대 저항세력인 대한민국 언론들이 합심하여 문 정부를 평가절하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왜 그랬을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경제구조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국가이고, 능력에 따라 유한 자원의 이기적 소유를 허용한다. 이때 국가에게는, 적정선에서 '富의 재분배'를 지향하고 국민들이 인간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필요 최소한의 간섭만 허용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그 구성원인 국민의 ‘심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누구나 남들보다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본능과 욕구라는 것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이는 절대 없어지지 않는데, 사회에서 용인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면 소위 성공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을 이상적으로 보면 안된다. 오히려 본능과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심리가 있음을 인정한 뒤 이런 심리를 정책에 반영시킬 방법을 연구하고, 좋은 결과를 낳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만약, 정치 지도자들이 현재까지 이루어진 국가의 방향이 잘못되어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국민들이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 성과물을 얻어왔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성과물을 얻어 온 방식이 사실은 매우 불공정한 것이었고, 이런 식의 방식이 지속되는 것은 치명적 문제점을 야기한다는 것을 설득시켜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이 매우 치밀하고 전문가답게 진행되어야 하며 그 정권 내부의 실력자들 역시 기존 기득권 세력들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정책을 추진할 때 앞과 뒤가 다른 모습을 보이거나 위선자 소리를 듣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입으로만 개혁을 외치게 되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스스로 모순에 빠지게 되고, 곳곳에서 삐걱거리게 되며, 정부의 개혁적 프로젝트로 인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집단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기득권 세력의 힘이 막강하고, 그들이 향유했던 권력의 열매가 풍요롭고 달콤한 것이었다면, 이것을 한꺼번에 빼앗는 것은 그만큼 큰 저항을 야기하기 마련이다. 또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이 행동하는 것 같았던 내 편이 양심선언이나 내부갈등표출이라는 이름으로 반기를 드는 '소위 변절자'들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세상에 완벽한 정책은 없다. 정책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따라서 좀 더 세련된 방법론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뜻을 같이 하고 칭송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독설을 내뱉으며 정부를 욕하는데 앞장서게 된 근본적 이유가 무엇인지 찬찬히 생각해 볼 일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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