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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라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 점입가경…한국 기업 전전긍긍

12일 백악관서 반도체 대란 회의…중국 관계 부담감

2021-04-0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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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미중간 반도체 패권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두 고래에 끼인 한국 기업들은 행여 보복을 당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12일 백악관으로 글로벌 반도체, 자동차 기업들을 불러 모아 반도체 품귀 현상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005930),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반도체 수급차질에 따른 영향 및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이유를 표면적으로 내세웠지만 이면에는 미국과 중국간 반도체 패권전쟁이 얽혀 있다. 미국은 지난 2월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100일간 검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의 기술적 부상을 막고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SMIC와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에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반도체 등의 미국 공급망을 논의하기 위해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칩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시에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24년까지 반도체 투자 규모의 40% 수준을 세액공제하고 반도체 인프라 및 연구개발(R&D)에 228억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었다.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도 내걸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미국이 삼성전자에 자국내 신규 투자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부족 문제는 당장 논의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번 소집의 가장 큰 목적은 미국내 반도체 공장 신규 투자를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2024년 가동을 목표로 5나노급 팹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중국 사안과 쑤저우에는 생산 및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에 추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텍사스주, 뉴욕, 애리조나주 등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한국은 미국의 투자 압박을 계속 외면하기 어렵고 중국과의 관계도 등한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는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자칫 중국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면 2016년 사드보복 같은 대중 마찰이 재현될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은 대만이 미국과 우호관계를 이어가자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일 대만 인근 해상과 공중에서 군사 훈련을 진행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오죽하면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장(장관)이 직접 "중국공산당은 자신들의 힘을 키우기 위해 다른 나라의 지적 재산을 훔친다"며 "대만 핵심 기술과 하이테크 인적자원을 중국의 침투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임무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 줄 경우 중국이 어떻게 보복을 할 지 예측이 불허한 상황"이라며 "미중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선제적으로 어떤 입장을 내놓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강자로, 기술력을 무기로 가지고 있다"며 "섣불리 나서기보단 기술적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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