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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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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회주택 산다)“사회주택서 살며 일하며...어울려 사는 재미 알았죠”

한지붕협동조합 스마트웰 사는 조건희씨, 사회주택 매력 빠져 사회주택 입사까지

2021-05-24 06:00

조회수 : 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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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언젠가부터 전 사람들과 어울리는 공간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어요. 지금은 여기 사회주택에서 살고 일하면서 사람들이 더 즐겁게 어울리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사회주택 사업자 한지붕협동조합의 독산동 스마트웰에 작년 5월 입주한 조건희(28·남) 씨는 대학생 시절인 2017~2018년 1년간 독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조 씨는 독일의 쉐어하우스와 유사한 플랏(Flat)에서 지내며 사람들끼리 어울리며 사는 재미에 눈을 떴다. 새로 사귄 외국인 친구들은 크고 작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조 씨에게 손을 내밀었고, 조 씨는 그 사이 에어비앤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슈퍼호스트까지 올랐다.
 
한국에 돌아온 조 씨는 부모님, 누나들과 함께 살던 집을 떠나 독립을 결심했다. 그 사이 학교를 졸업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유독 취업운만은 조 씨를 따라주지 않았다. 한 IT 스타트업에 들어갔지만 몸을 다쳐 반 년여만에 퇴사했고 이후론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아 단기 일자리만 전전했다.
 
조 씨는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와서 보니 다 사람들이 어울리는 공간에 관련된 일들이었어요. IT 스타트업도 매장 대기 관리 서비스 쪽이었고, 뉴딜일자리도 서울에 있는 청년공간에 대해 설문조사하는 일이었어요. 독일에서 경험이 지금 사회주택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지붕협동조합 스마트웰 입주자 조건희 씨가 입주생활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스마트웰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조 씨에게 큰 만족감을 주고 있다. 베란다도 달려있는 전용면적 23.49㎡에 달하는 공간을 16만원의 임대료로 조 씨 혼자 쓸 수 있다. 이전까지 방 한 칸도 온전히 쓰지 못했던 조 씨에겐 최고의 호사였다.. 
 
무엇보다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20~30대 청년 1인 가구 17명이 모이고 옥상과 커뮤니티룸에 단톡방까지 환경이 갖춰지자 일주일에 두세 번 삼삼오오 어울리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조 씨가 퇴근길에 ‘옥상 맥주 파티’를 단톡방에 제안하면 금세 하나 둘 다른 입주자가 참가 의사를 밝힌다. 일반적인 자취생활에선 꿈도 못 꿀 보드게임이나 고스톱도 언제든 단톡방과 커뮤니티룸만 있으면 가능했다.
 
당근마켓까지 가지 않아도 필요없는 물품이 생긴 입주민들은 흔쾌히 무료 나눔을 진행했다. 얼마 전 결혼하며 이사간 한 입주자는 멀쩡한 무선청소기를 조 씨에게 건넸다. 양질의 선물을 건네받은 조 씨는 커피 쿠폰으로 화답했다. 지금이야 코로나19 유행으로 뜸하지만, 그 전까진 식료품 나눔, 음식 같이 먹기 등으로 단톡방은 바삐 움직였다.
 
조 씨는 “첫 독립에 코로나 때문에 힘들 수 있지만 같이 어울리면서 고립감이 많이 해소됐다. 입주자들끼리 서로 알고 지내면서 적정한 거리가 생겼다. 편하게 볼 수 있는 동네친구가 생긴 느낌이다. 문 밖 반 발짝만 내딛으면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한지붕협동조합의 입주자 모임 모습. 사진/한지붕협동조합
 
지난 1월 단톡방에 한지붕협동조합의 매니저를 모집하는 공고가 올라왔다. 한지붕협동조합은 청년·서민의 주거복지와 함께 일자리 창출에도 힘써 채용공고를 입주자에게 우선 공유했다. 당시 구직상태이던 조 씨는 공고를 보고 뭔가에 이끌린 듯이 이력서랑 자기소개서 영상을 준비해 보냈고, 현재 입주자이자 한지붕협동조합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매니저는 입주자 공고부터 입주자 인터뷰, 시설관리, 하자보수 처리, 커뮤니티 모임 개최 등 다양한 일을 한다. 한 달에 한 번 입주자 모임에서 주택관리 현황을 알리고 주요 이슈나 건의사항 등을 논의한다. 지난 삼일절을 앞두고는 역사 강사를 초청해 비대면으로 서대문형무소 역사 산책 강연을 진행해 3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예전에는 입주자 입장에서만 어울리는데 열심이였다면, 지금은 보다 매니저 입장에서 커뮤니티 활성화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조 씨는 요즘 비대면으로 모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가능한 프로그램을 찾으며 고민에 빠져있다. 더 공부도 하고 다른 사회주택 사례도 배워 청년들이 관계를 맺으면서 어울리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조 씨는 “직원이 많진 않지만 다들 재밌고 권위의식 없이 편하게 대해줘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다른 입주자들도 ‘일하기 어떠냐’, ‘나도 들어갈 수 있냐’ 많이 물어본다. 사회주택이 청년들에게 더 가까웠으면 하고, 커뮤니티도 더 쉬워지면 좋겠다. 독서모임이나 취향 커뮤니티 같은 게 유행인데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이 안에서 할 수 있도록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지붕협동조합이 금천구 독산동에 운영 중인 스마트웰. 사진/한지붕협동조합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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