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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암호화폐 잦은 백서 변경·허위 공시 논란에도 규제는 '구멍'

아로와나코인, 중요정보 누락에도 제재 못해

2021-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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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한컴그룹의 후광을 입고 급등세를 보였던 아로와나코인이 잦은 백서 변경과 공시 누락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사실상 규제할 방안이 전무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만이라도 정확한 정보를 적시에 알리도록 하고, 이를 어길시 규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 유통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3월 상장 첫날 10만7500%(1075배) 급등이라는 성대한 신고식을 치렀던 아로와나코인 발행사 아로와나테크는 페이퍼컴퍼니 논란과 더불어 사업 계획에 대한 의구심이 일자 대표가 사퇴했지만 여전히 등기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 아니라 대주주 구성의 변화, 기존 법인인 한컴싱가포르의 지분 처분과 같은 중요한 사안이 거래소에 공시되지 않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아로와나테크 미디엄. 
 
공시 정보와 관련된 문제는 아로와나코인뿐 아니라 앞서 고머니2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다. 고머니2 발행사 애니멀고는 북미에서 5조원을 투자받았다고 공시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나 결국 업비트에서 상장폐지됐다. 다만 빗썸과 코인원에서는 유의종목으로 지정돼 거래되는 상태다.
 
투자자들이 정보를 얻는 데 가장 중요한 기초 자료는 코인발행사가 펴낸 프로젝트 백서(사업계획서)다. 여기엔 코인 가격을 비롯해 발행물량, 사업계획, 재단 구성원과 이력 등 코인과 관련한 정보가 담겨있다. 백서는 코인 상장 전 거래소에서 자체적으로 검증하거나 암호화폐 정보공시 플랫폼 쟁글과 같은 곳에서 사전 검증을 하고 있지만 기준이 제각각인 데다 정부 차원의 공통된 법이나 규정, 기준 등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빗썸 카페에 올라온 코인 관련 정보
 
게다가 제 3의 코인 검증기관이라 불리는 크로스앵글의 ‘쟁글’의 경우 최근 오는 9월24일 끝나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유예기간을 앞두고 많게는 수백여개 이상 상장 평가를 기다리는 코인들이 몰리는 상황에서 충분히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국내에서 암호화폐 신용도 평가를 진행하는 곳은 쟁글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성을 갖고 평가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를 암호화폐 사업자 관리·감독을 맡는 주무부처로 지정했지만 거래소를 중심으로 자전거래나 시세조종을 막는 수준에서만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식시장처럼 정부 차원에서의 표준화된 공시 시스템부터 갖춰야 잦은 백서 변경, 주요 사안 미공시 등의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장우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는 “백서는 사업계획서다 보니 계획할 때와 실행할 때 자주 바뀔 수 있다. 백서가 바뀌는 것 자체에 대해 문제 삼을 수 없지만 내용이 바뀌었는데 적시에 공시하지 않거나 제대로 업데이트했다는 사실을 공시하지 않으면 신뢰를 잃고 토큰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 "백서 변경 등에 대한 공시 의무를 지도록 정부차원에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내 코인에 대한 허위 공시 규제는 막을 수 있지만 해외 코인 발행사(프로젝트)에 대해선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워 이에 대한 추가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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