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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푸틴 첫 대면…'전략적 안정' 합의했지만 불협화음 여전

핵 감축 논의 ‘긍정적’…사이버 공격·인권문제 대립

2021-06-1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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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자리에서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다만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감축과 주재 대사관을 복귀시키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놔 앞으로 관계개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스위스제네바에서 한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바이든과 푸틴은 사이버 해킹, 인권 탄압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및 해킹 의혹과 관련해서 “그는 대가가 있을 것이라는 걸 안다. 내가 행동할 것이라는 걸 안다”고 경고하며 "우린 상당한 사이버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알려줬다"고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별도 회견에서 미국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오히려 미국에서 러시아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양국이 사이버 안보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수감 중인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에서 사망한다면 "러시아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그에게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 확보나 신뢰할 만한 글로벌 파트너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회견에서 유죄 판결로 당국에 출석할 의무가 있는 나발니가 의도적으로 체포됐다면서 탄압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의 존재를 언급한 데 이어 미국의 의회 난입 사태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국의 시위 상황을 거론하며 "우린 파괴와 법률 위반 등을 봤다"고 비꼬았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몇 가지 합의를 이루며 성과를 얻었다. 핵전쟁 위협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안정’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기로 하는 등 긴장 완화를 위한 일부 접점도 찾은 것이다.
 
양국의 관계 악화 속에 수개월째 본국에 머무는 주재 대사들도 조만간 복귀시키기로 합의했다. 푸틴은 구체적인 복귀 시기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또 양국에 수감 중인 상대국 국민을 돌려보내는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 외무부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회담 분위기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푸틴은 ‘바이든과 새로운 이해와 신뢰의 수준에 이르렀냐’는 질문에 “레프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인생에는 행복은 없으며 오직 행복의 섬광만이 있을 뿐”이라며 “현재의 (미·러 관계) 상황에서 가족 간의 신뢰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신뢰의 섬광은 비쳤다”고 말했다.
 
바이든도 “푸틴과 내가 갑자기 그 모든 게 효과가 있을 일들을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의 가치와 원칙에 기반한 단 하나의 것도 포기하지 않고 두 나라 관계를 상당히 개선할 진정한 전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3~6개월 뒤 제대로 합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여지를 열어뒀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정상 회담이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의 '빌라 라 그랑주'에 도착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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