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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누가 앵무새를 죽이는가

2021-07-20 06:00

조회수 : 3,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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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하퍼 리의 저서 <앵무새 죽이기>는 60년이 흘렀지만, 미국 사회에 성경 다음으로 영향력을 준 고전이다. 어른들의 편견을 비판하는 아이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심도 있게 담아냈다. 인간에게 해가되지 않는 앵무새를 상징으로 편견·차별에 대한 감각·관념·의도가 언어 자극을 통해 고통을 표현한다.
 
1930년 대공황 시절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흑인을 변호하는 어버지의 모습을 그려낸 어린 스카우트의 시각은 반세기를 훌쩍 넘긴 오늘날에도 묘사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코로나 괴질은 마스크 하나로 인종간의 편을 갈랐고, 특정 인종을 향해 ‘바이러스’라며 분노를 분출했다. 
 
전세계적 유행 상황에서 인종차별은 혐외범죄로까지 번지면서 올해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메시지는 그 어느 때 보다 격앙됐다. 어조는 경각심으로 표현했지만, 인종을 향한 모욕과 핍박은 더 깊은 수렁 속이다.
 
인종차별은 단순히 인종, 출신국가, 피부색에 국한하지 않고 종교, 문화적 차이와 결부돼 복잡한 추세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어린 스카우트의 시선이 단순히 인종차별만을 묘사하지 않듯이 말이다.
 
팬데믹 창궐로 인종간의 갈등은 격화됐고 사회 안전망을 벗어난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범죄 등은 코로나 사각지대로 지목됐다. 오늘날 지구촌은 증오와 폭동, 사회갈등으로 코로나 시대에 숱한 과제를 남긴다.
 
팬데믹 시대에 당면한 물질문명은 불평등의 산물로 현실화되고 있다. 소득과 자산 불평등, 사회양극화 등을 어떻게 무엇으로 극복해야할까. 경제 양극화 속 새로운 질서가 요구되고 있지만, 산업 현장의 주역들은 가파른 집값 상승에 박탈감과 근로 의욕의 상실마저 실감하고 있다.
 
천청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근로 의욕이 상실된다’는 직장인은 55.8%. 변두리로 치부됐던 일부 지역이 연간도 아닌 월간 40% 이상 뛰는 것을 제사상의 굴비처럼 바라볼 이가 누가 있을까.
 
애 딸린 맞벌이 부부가 월세 100만원은 줘야 살만한 월셋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다는 세종시 아파트의 현주소를 보면, 말문이 막힐 뿐이다. 
 
소득 불평등은 또 어떠한가. 금융은 자본의 순환이다. 더 궁극적으로는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들의 돈을 모아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중개기능이다. 하지만 금융의 현실은 이미 ‘금융중개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코로나로 더 어려워진 이들이 손을 벌릴 곳은 금융권이나 소위 ‘인간등급’은 경제기득권에게 유리한 구조다. 여전한 최저임금 논란은 사회임금을 뺀 시장임금만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으니 애석하기까지 하다. 3년 전 ‘을’, ‘을’의 싸움으로 변질된 최저임금 논란은 늦장 갑을관계 장치를 내민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순 없는 일이다.
 
불공정·불평등을 상속받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공정 담론이 오기까지 공정의 가치에 순응하지 못한 책임도 적지 않다. ‘휴먼 뉴딜’을 더한 포용적 정책 기조의 ‘한국판 뉴딜 2.0’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을지, 더는 앵무새를 고통으로 내모는 일이 없길 바랄뿐이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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