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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의 '눈')산은, 'HMM 살린 이유' 돌아볼 때

2021-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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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이 65년 한국 무역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7월 수출액은 55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6%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연간 수출액 또한 6000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달성할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코로나19로 침체한 내수 경기를 수출이 이끌어간 것이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고 자라왔지만 최근 들어 이를 더욱 실감한다.
 
그런 수출이 흔들릴 위기다.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 HMM 파업 시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HMM 해상노조는 이미 파업권을 확보했고 육상노조는 다음주 투표를 통해 조합원 찬성을 받으면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HMM 육·해상노조가 나란히 강공을 펼치는 건 경영난으로 지난 수년간 임금을 동결하면서 동종업계보다 근무 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실적이 개선된 만큼 타사 수준으로 임금과 처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HMM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국내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 건 두말 하면 잔소리다. 특히 중소기업에 집중됐던 물류대란이 대기업까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HMM은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로, 고객사 중 대기업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그간 물류대란을 한발짝 뒤에서 바라봤던 대기업들이 이번 사태로 발을 구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HMM이 운송하는 품목은 플라스틱, 소형가전, 화학제품, 철강, 건설자재, 자동차부품 등 사실상 국내 전 산업을 실어나른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같은 먼 거리를 가는 화물의 상황도 심각해진다. 국내 선사 중 미국과 유럽 같은 먼 거리를 가는 곳은 HMM과 SM상선 정도이기 때문이다. 수입품이야 해외 선사가 주로 실어 오기 때문에 타격이 덜하지만 수출길은 꽉 막히는 셈이다. 가뜩이나 오른 컨테이너선 운임이 얼마만큼 더 오르게 될지는 상상도 가지 않는다.
 
이번 갈등은 겉으로는 HMM 노사 간 대립이지만 실제로는 노조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갈등이다. 산은은 경영난에 빠진 HMM에 조 단위의 국민 혈세를 지원했고 부채비율도 아직 높은 만큼 임금 인상은 경영 정상화 이후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다만 HMM의 인건비 비중이 매출의 2%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논쟁이 커지는 게 소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의 제시안을 살펴보면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들어줘도 현재 제시한 8% 임금 인상안에서 추가로 드는 비용은 약 8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HMM은 올 상반기 2조4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썼다. 영업이익과 비교해도 큰 규모는 아닐뿐더러 역사적인 실적의 물밑에는 1년 가까이 배에서 못 내린 채 월 313시간을 일한 임직원들의 노고가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보상이다.
 
공적 자금을 투입했기에 신중해야 하는 산은의 입장이 이해는 간다. 하지만 지금은 영업이익, 부채비율, 차입금 같은 숫자 지표보단 HMM을 살린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큰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HMM을 살린 건 그만큼 해운업이 우리 경제에 없어선 안 될 산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파업에 나선다면 애써 공적 자금을 투입해놓고 절체절명의 시기에 수출길을 막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아울러 국책은행이 쥔 혈세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기업이 다시 뛸 수 있도록 버팀목이 돼주라는 국민의 바람도 섞여 있다. 적어도 업무량은 늘고 보상은 따라주지 않아 이직이 고민되는 기업을 만들라는 뜻은 없었을 것이다.
 
파업은 노조의 손에도 달렸지만 산업은행의 태도에도 달렸다. 800억원 투자를 통해 올해 6000억달러(한화 약700조원) 수출을 무사히 달성하고 구성원들이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까지 만든다면 아까울 정도는 아닐 것이다.
 
김지영 산업부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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