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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차기태의 경제편편)아직도 혁신기업 맞나

2021-09-08 06:00

조회수 : 3,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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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업계 1위인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인수해 전화호출 시장에 진입했다. 때문에 대리운전업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2일부터 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 요금을 기존 1000원에서 ‘0원~5000원’ 사이의 탄력 요금제로 바꿨다. 사실상 최고 5배 올린 셈이다. 이어 카카오T 전기자전거 이용요금도 인상했다. 15분 기본요금을 없애고, 분당 추가 요금을 현행 100원에서 140~150원으로 올린다는 것이었다.
 
카카오가 이렇게 힘차게 가격을 올린 것은 시장에서 차지하는 사실상 독점적 지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택시호출 시장에서 ‘카카오T’ 앱의 시장 점유율은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독점의 권리를 마음껏 즐기는 셈이다.
 
연이은 가격 인상에 카카오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장을 장악한 뒤  요금을 인상한다는 비판이다. ‘수금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는 미용실, 대리운전 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이들 사업에서도 머지 않아 가격인상 소식이 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택시운전업계에서는 카카오T 유료서비스로 인한 마찰이 표면화되고 있다. 택시기사가 월 9만9000원을 내면 좋은 배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프로멤버십 제도가 신설되는 등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카카오의 공세가 요즘 전방위적이요 공격적이다. 그 대상은 대체로 영세소상인 사업이거나 일반 소비자들이다. 카카오라는 거대기업 앞에서 그야말로 풀잎처럼 허약하다. 카카오의 행보에 대해 소비자 착취 또는 약탈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런 것을 두고 과연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미국의 플랫폼 반독점법안 도입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경쟁제한성은 경쟁자 배제 형태만이 아니라 이용자에 대한 착취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소비자 착취'를 규율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고 행정부와 의회에서 나서고 있따. 한국에서도 플랫폼 경쟁 문제에 대응할 새로운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의 제언이다. 
 
카카오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그러자 카카오는 예봉을 피하려 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용료 개편으로 서비스 이용에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와 요금의 적정성을 모두 신중하게 고려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입장표명의 진정한 의도는 아직 알기 어렵다. 
 
다만 분명해진 것은 하나 있다. 만약 카카오가 일방적인 요금인상을 강행하는 등 독점의 권리 행사를 자제하지 않는다면 규제론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구글 갑질방지법'이라고 일컬어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자사의 결제시스템 강요를 금지하는 것이다. 앱 마켓 사업자의 수수료 징수 행태를 법으로 규제하는 세계 첫 사례라고 한다. 이에 국내 인터넷기업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규제가 구글에 대해서만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까? 구글과 카카오는 여러 가지로 다르다. 그렇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그 권리를 남용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구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면 카카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자연스럽게 성립된다. 
 
더욱이 구글에 비해 카카오의 전기자전거나 택시호출 등은 주로 소비자에 직결된 것이다. ‘소비자착취’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구글의 독점보다 이런 소비자착취를 막는 것이 실은 더 시급해 보인다. 
 
카카오가 누리던 혁신기업이라는 명예는 아직도 남아 있을까? 아니면 그런 명예는 꿈처럼 혹은 바람처럼 날아가 버렸을까? 혹시 ‘소비자착취 기업’으로 낙인찍히지나 않을까? 앞으로 카카오 하기에 달려 있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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