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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제주항공, 업무 배제 조종사 훈련 개시…내년 1월 투입

8월 기준 조종사 휴직률 49%…1년 이상 비행 못한 조종사 수두룩

2021-10-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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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제주항공이 코로나19 장기화로 비행에서 제외됐던 조종사들의 훈련 재개에 돌입했다. 길어지는 휴직과 비행에 투입되는 조종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휴직자들의 불만이 속출하자 느지막이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제주항공은 휴직으로 인해 떨어진 조종사들의 업무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내년 1월부터 비행에 순차적으로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4일 제주항공은 지난 1일부터 휴직 중이던 조종사를 대상으로 46일간의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남은 3개월간 두 차례에 걸쳐 복직 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를 끝마친 조종사들을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비행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 제주항공 항공기 한 대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장기화로 회사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제주항공은 전체 조종사 약 700명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조종사들의 휴직을 이어왔다. 지난 8월 말 기준 운항승무원 휴직률은 49%에 이른다. 조종사를 제외한 정비사는 50%, 객실 승무원은 51%, 일반직은 64% 휴직 중이다.    
 
다른 직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휴직률이 낮지만 조종사들은 직업 특성상 충분한 훈련과 꾸준한 비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문성 유지가 어렵다. 항공 안전 측면에서 수 백명의 승객의 목숨을 책임지는 특수 직종인만큼 엄격한 훈련과 심사를 통해 기량을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조종사들의 휴복직이 반복되고 일부 저경력 부기장들은 장기 휴직에 들어가면서 이들 기량 유지가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 실제 지난 3월 10일 김해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 기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왼쪽 날개 끝에 붙어있는 보조 날개 ‘윙렛’이 손상됐다. 제주항공은 같은날 다시 승객을 태우고 김포공항으로 되돌아 가고 나서야 해당 사실을 파악했다. 앞선 2월17일에는 이륙중 후방동체 하부 긁힘 사고도 발생했다. 
 
제주항공은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고기량 조종사 위주 운항' 대책을 내놨다. 이에 저기량 조종사들은 6개월 이상 업무에서 배제됐다. 또 이착륙 시 부기장들의 PF(Pilot Flying)를 금지했다. 일부 부기장들의 경우 지난해 휴직 기간까지 감안하면 1년~1년 6개월 이상 실비행에 투입되지 못했다. 복수의 조종사들은 운항본부가 국토교통부의 제재로 업무 복귀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A 조종사는 "회사 측이 마땅히 제공해야 할 훈련과 자격 유지 등은 소홀히 하고 사고 책임을 엄한 곳에 물어 다수의 기장과 부기장들을 비행에서 빠졌다"면서 "복귀 지연을 두고 정부 핑계를 대고 있는데 실제 국토부가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비행 시간과 과거 평가 등을 근거로 최소한의 비행 기회조차 박탈했다는 주장이다. 
 
B 조종사는 "항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국토부가 지시했다고 하는데 국토부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연속된 사고 이전에 운항 승무원들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등을 조사하면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토부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운항본부 측에 훈련 프로그램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 문제가 있었던 만큼 조종사 훈련 강화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안전진단까지 내린 상황에 왜 애먼 정부한테 화살을 돌리냐는 것이다. 국토부 항공운항과 관계자는 "운항 회복 이후를 대비해 조종사들이 두려움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면서 "회사 스스로 조종사들의 자격유지와 훈련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엇갈린 주장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훈련 프로그램 지연에 대한 공지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제재를 근거로 휴직자들 복귀 지연을 방치하지 않았고, 회사 나름대로 형평성 측면에서 고심하며 계획을 짜다 보니 부득이하게 운항 스케줄 등의 공지가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승무원분들에게 비행 기회를 주기 위해 훈련 프로그램을 다시 기획한 만큼 내년 1월을 목표로 순차적으로 비행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항공 운항 안전을 위해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 프로그램 시작으로 장기 휴직에 따라 운항 자격이 박탈되거나 재자격 심사 이후 비행에 투입되지 못한 운항 승무원들은 향후 비행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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