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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보자애원' 강제입소자 진상규명 촉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과거사위 앞 기자회견

2022-02-0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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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시민단체가 1980년대 정부의 '길거리 정화'로 부랑자 시설에 강제수용된 시민들에 대한 피해 조사를 촉구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5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립 영보자애원 내 다수 생활인이 반인권적인 경위로 입소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역 헤매다 붙잡혀 수용
 
지난 2017년 11월 노숙인 시설 실태조사에 민간조사원으로 참여한 박병석 장애인 평생 지원 협회장은 뚜렷한 기준 없이 거리를 헤맨다는 이유로 부랑자 시설에 보내진 피해자 증언을 소개했다. 박 협회장은 "충격적이었던 건 '1983년 결혼한 언니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 경부선 열차를 타고 서울역에 왔는데 버스 타는 곳을 몰라 왔다갔다 하는데 느닷없이 남자들이 와서 잡아갔다'는 이야기였다"며 "20대 초반 꽃다운 나이에 아무 죄 없이 잡혀왔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박 협회장은 생업을 이어오다 올해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와 함께 대응팀을 만들고 언론에 기고문도 썼다. 기고문 보도 직후 피해자 유족 한 명이 연락해 이날 회견에 참석했다.
 
어머니 오충빈씨가 강제입소 피해를 입었다는 임경애씨는 "1983년 중학생 때 할머니와 이모가 경찰서와 어머니께서 일하던 미용실에 갔지만 못 찾았다"며 "찾을 방법이 없어 주민등록 말소를 하고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후 임씨는 2007년 할머니 주소로 영보자애원이 우편을 보내와 찾아갔다. 수십년만에 만난 아들을 보고도 표정에 변화가 없던 어머니는 담석 제거 수술 등 병치레를 하다 3년만인 2010년 눈을 감았다.
 
임씨는 "어머니께서 청각이 안 좋았지만 의사소통을 못하거나 글을 모르지 않았다"며 "(박 협회장 기고와 어머니 사연이)형제복지원 관련 뉴스·다큐멘터리와 너무 내용이 흡사해서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전에는 찾아줄 만한 충분한 상황이 됐을텐데 20년이 지나고 어머니께서 병든 상태가 돼서야 (가족을) 찾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영보자애원에) 제가 살던 주소와 형제 주소까지 다 있는데 왜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결국 어머니가 살아생전에 사람답게 살 수 있던 권리를 다 뺏겼다"며 "그런 것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임씨는 이날 과거사위에 낸 진정서에서 "(올해 추석 이후 찾아간) 직원들은 제가 알고 싶던 과거 이야기, 과거 어머니 입소와 건강 관리 이야기는 가능한 한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며 "1983년 7월 실종 이후 그들이 제시한 신상기록카드를 보면 동부기술원이라는 곳에 9월17일 갔다가 12월6일 청량리 정신병원에 입원, 1986년 2월28일 다시 청량리 정신병원 재입원, 그리고 3월7일부터 2007년 5월26일까지 영보자애원에서 지내셨는데, 21년 넘는 기간 그곳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장애우권익연구소는 2019년 11월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인용해, 1988년 서울올림픽 등을 앞두고 시행된 길거리 정화 이후 서울 대방동 부녀보호소에 보내진 여성들이 혐오시설 이전 정책으로 용인 소재 영보자애원으로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법적 근거 없이 훈령으로 가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법의 근거 없는 단속은 1975년 12월15일 발령된 내무부 훈령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과 1987년 5월 발령된 부건사회부 훈령 '부랑인 선도시설 운영규정'이 근거였다"며 "그러나 이런 훈령은 전혀 법에 근거하지 않은 위법이었다"고 지적했다.
 
염 변호사는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하려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제시돼야 하는데, 단순히 경찰과 시·군·구 공무원들이 합동으로 부랑인을 신원조사해 수용·보호에 임한다는 훈령에 근거해 언제 어디서든 불시에 수용할 수 있었다"며 "법관의 영장 없이 부랑인이 단속·수용되는 과정에서 아무런 고지 없이 구금되는 동안 변호인 조력도 못 받았다.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기관에 의한 반인권침해에 대해 형제복지원특별법에 준하는 조사와 피해자 권리구제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영보자애원의 현재 운영 실태 조사가 아닌, 공권력에 의한 불법 인신구속 행위 조사가 목적이라고 했다. 또 시설 특성상 정보 부재와 외부 소통 단절 등으로 피해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직권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조사 당시 면담한 생활인 91명 중 25명(27%)는 강제로 시설에 수용됐다고 응답했다. 잘 모른다는 응답은 20명(22%), 경찰에 의해 들어갔다는 대답은 11명(12%·기타 26%)이 했다.
 
영보자애원 측은 이날 진정서 접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1999년 국가 주도로 영보자애원 수용자 유전자 채취가 시작됐고, 손상된 부분은 2017년 4월 다시 채취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3년 사라졌다가 2007년 영보자애원에서 어머니를 찾은 아들 임경애씨가 15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앞에서 공권력에 의한 강제수용 피해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반론보도)서울시립영보자애원 관련
 
본지는 2021년 11월15일자 영보자애원 관련 보도에서 영보자애원 생활인 대부분이 강제입소를 당했으며 제2의 형제복지원 사건이라는 취지의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영보자애원은 "현재 입소된 생활인은 과거 서울 대방동 남부부녀보호소에서 전원된 사람들이며, 영보장애원은 여성부랑자들을 강제수용하거나 감금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형제복지원과는 달리 서울시 인권실태 조사에서 인권침해 사실이 없다고 확인되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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