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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훈

(제약사가 변했다)①ESG 고도화 보폭 확대…"관행 개선"

상위 업체 중심…시장 규모 커지며 사회적 흐름 합류

2021-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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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쏘시오홀딩스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업무용 차량을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했다. 사진/동아쏘시오홀딩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제약업계가 의약품 개발이라는 본업 외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결실을 얻고 있다. 
 
업계 내부에선 과거와 달리 시장 규모가 커진 데다 비재무적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다만, 외부 기관의 따른 평가 결과보다 그동안의 관행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위 업체들을 중심으로 신약 연구개발과 함께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SG 경영은 순서대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에 우선 가치를 두는 기업 활동 방식이다.
 
ESG 경영이 대기업의 전유물이라는 일반적인 시선과 달리 제약업계는 최근 몇 년간 다양환 활동을 통해 관련 기관의 평가를 받아왔다.
 
동아쏘시오그룹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는 그룹 내 전문의약품 기업 동아에스티(170900)는 지배구조 부문에서 꾸준한 성과를 대표적인 사례다.
 
두 회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2021년 상장기업의 ESG 평가 및 등급 발표에서 지배구조 부문 A등급을 획득했다. 작년에 이어 2년 A등급을 받은 것이다. 종합 평가에선 에스티팜(237690)까지 동아쏘시오그룹 내 3개 회사가 A 등급을 따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분리를 회사 경영 기본 원칙으로 두고 있다.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상태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사회 의장직과 대표이사직을 따로 나눈 것이다. 이사회 내부에는 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등 3개 위원회를 운영한다.
 
일동제약(249420)은 환경 부문과 지배구조 부문에 대한 개선을 이뤄내면서 제약업계 안에서 ESG 모범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 2019년 유엔 지속개발가능개발목표(UN SDGs) 협회와 미세먼지 관련 특별 캠페인 추진 협약을 맺고 미세먼지 저감 및 극복을 위한 활동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그 결과 UN SDGs 협회가 주관하는 '2021 UN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SDGBI)'에서 국내 1위 그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UN SDGBI는 UN SDGs를 기반으로 하는 경영분석지수이자 ESG 평가지표의 하나로 △사회 △환경 △경제 △제도 등 4개 분야에서 기업들의 △친환경 노력 △사회·경제적 노력 및 파급성 △지배구조 및 제도 개선 노력 △ESG 금융 활동 여부 등을 반영해 결과를 산출한다. 국내에선 1000개 기업 중 일동제약을 포함해 6개 기업만 1위 그룹으로 선정됐다.
 
한미약품 2020-2021 CSR 보고서 표지.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128940)도 국내 제약업체 중 ESG 선두주자로 꼽힌다. 앞서 한미약품은 2017년과 2019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위원회와 hEHS(hanmi-Environment Health Safety) 위원회를 각각 신설했다. CSR 위원회가 설립된 2017년에는 국내 제약사 중에선 처음으로 CSR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CSR 위원회는 대표이사가 위원장을 맡으며 7명의 사내 임원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조직이다. 내부 운영 기준에 따라 △사회공헌활동 비용 집행 및 검토 △사회공헌활동 운영 실태 및 전략 수립 △ESG 등 지속가능경영 관련 안건 논의 등의 역할을 맡는다.
 
EHS 위원회는 CSR 총괄 전무이사가 위원장으로 5개 사업장 담당자가 정기 회의를 통해 환경규제 등 환경변화에 맞춘 안건을 논의한다. 한미약품은 두 개의 ESG 경영 플랫폼을 필두로 KCGS로부터 종합 A 등급을 받았다.
 
이들 기업 외에도 전통 제약사 기준 매년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 중인 유한양행(000100), 성장세를 보이는 종근당(185750)도 ESG 경영 관련 지표에서 약진을 나타내고 있다.
 
제약사들의 ESG 경영 노선은 의약품 개발과 유통 및 판매에 따른 수익에 집중했던 과거 업계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전통적으로 국내 제약사들은 해외에서 개발된 의약품의 복제약(제네릭)을 생산하고 영업망을 통해 이를 유통하면서 외형을 키우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업계 내부에서 평가하는 ESG 경영 강화 요인은 달라진 시장 지형이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시장에서 소수의 업체들이 경쟁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경쟁자들이 많아지자 상위사들 입장에서 양적 팽창뿐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에서의 차별점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ESG 경영 관련 평가나 지수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매출 기준 상위 업체에 속한다.
 
성과만큼 사회적 기여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제약사들의 ESG 경영 확대를 견인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제약업계의 경우 의사나 약사를 거쳐야 소비자와의 접점이 형성됐던 과거와 달리 건강기능식품, 컨슈머헬스케어 제품으로도 포트폴리오가 확장돼 시장에서의 긍정적인 인식이 중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본업이 의약품 개발과 생산이라는 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다"라면서도 "ESG 경영의 비중을 점차 키우는 것은 달라진 시장 환경과 대중의 인식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라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면서 제약업계도 동참하는 양상은 긍정적이지만 다른 차원에서의 자율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성찰도 나온다. 외부 기관의 평가를 통해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이전에 지금까지 이어져온 관행이 먼저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약업계 자체적으로 실시한 의약품 리베이트 규제와 자율준수프로그램(CP),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표준 도입 등으로 많은 개선과 진전이 있었다"라면서도 "일부의 경우라고는 하지만 아직 많은 문제점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외부 기관이 평가하는 ESG 경영 관련 지표는 기업 차원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다"라며 "그 이전에 개별 구성원이 참여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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