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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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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소송 패소자 비용부담, 법치주의 아니야"

민사소송 패소자가 상대 변호사비 부담

2022-01-12 18:07

조회수 :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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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공익소송에서 패소한 원고가 상대방 변호사비용과 재판비용을 면제·감면받도록 법을 고치자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12일 '공익소송 패소비용 제도개선을 위한 민사소송법 등 개정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박호균 변호사가 12일 온라인으로 열린 '공익소송 패소비용 제도개선을 위한 민사소송법 등 개정방안'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토론회 화면 캡처
 
약자에 유리한 '편면적 패소자부담'
 
이날 박호균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의 공익 소송 위축을 막기 위해 패소 시 상대방 변호사 보수와 재판비용 부담을 면제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나 집단·기업·국가나 지자체에는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지만 경제적 약자인 소시민들에게는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재판청구권에 대한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소위 공익소송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15년 신안군 '염전노예' 피해 장애인들이 국가와 신안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을 패소자 부담주의 문제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원고 세 명이 2019년 대법원에서 승소를 확정받았지만 1심 원고는 여덟명이었다. 당시 한 명만 승소하고 네 명이 항소를 포기했다. 패소자가 상대방 소송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민사소송법 98조 때문이다.
 
본래 변호사 보수는 각자부담 원칙이었다. 첫 민사소송법 89조는 재판 수수료인 인지대 등 '재판 비용'에 대한 패소자 부담을 규정했지만 여기에 '당사자 비용'인 변호사 보수를 포함하는 규정을 두지는 않았다.
 
이후 1990년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패소자가 상대 변호사비도 부담하게 됐다. 박 변호사는 "억울한 사람이 재판도 못하게 하면서 무슨 법치주의냐"며 "공정하고 적절한 재판을 받게 해줘야 법치주의가 실제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정부 시절 민주주의에 반하는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들의 문제제기를 막고 싶어했을 것"이라며 "독재정부와 함께 성장한 대기업도 소비자가 문제제기를 못해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패소자 부담원칙을 택한 나라들은 보완책을 통해 소송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독일에서 변호사 성공보수가 금지되고 패소자 부담액은 법정액으로 정해진데다 소송비용 보험도 대중화돼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보호적 비용명령(PCO)' 제도를 시행한다. 원고가 청구하면 법원 재량으로 소송비 지불 의무를 면제하거나 지불 상한을 설정한다. 근로 관계 분쟁 소송비에서는 각자부담 원칙을 채택한다.
 
박 변호사는 공익소송이나 증명 부담이 있는 전문가 소송, 인권 관련 소송에서 경제·사회적 지위가 낮은 원고가 승소한 경우 상대방에게 변호사비를 청구하는 미국의 '편면적 패소자부담주의' 도입을 주장했다. 이 경우 원고가 패소하면 각자부담 원칙을 적용해 상대 변호사비를 물지 않아도 된다. 변호사 보수 외에 재판비용 부담도 없애는 예외조항 신설도 제안했다. 기술 발달로 전문가 감정이 필요한 재판이 늘어서다.
 
이승은 법원행정처 사무관이 12일 온라인으로 열린 '공익소송 패소비용 제도개선을 위한 민사소송법 등 개정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토론회 화면 캡처
 
"개별법 개정을"vs"총론을 고쳐야"
 
토론에 참여한 이종구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공익소송의 경우 변호사 보수만 예외로 감면하고 국가 상대 공익소송은 소송비 전체를 감면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소송의 본질적 부분에서 원고 승소한 경우에는 전부 승소로 취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패소한 경우 본질적 부분에서 원고가 이겼다면 한쪽에게 소송비를 전부 부담케 할 수 있는 현행법을 적극 활용하자고 했다.
 
이승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사무관은 법 개정에 신중론을 폈다. 이 사무관은 편면적 패소자부담주의를 도입할 경우 남소 예방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사무관은 "소송제기와 상소가 남발돼 국민의 권리구제가 지연되고 국가가 그에 따른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독점금지법과 지적재산권법, 노동관계법 등 민소소송법이 아닌 개별법에 편면적 패소자 부담주의를 적용하고 일본도 지방자치법에 규정을 두고 있는 점도 참조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박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패소자 부담주의로 바꾼 뒤 남소가 늘었다"고 답했다.
 
개별법 개정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는 각자부담 원칙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예외를 둔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과 달리 대륙법계이기 때문에 총론적인 것(민사소송법)을 고치는 것이 부합한다"고 했다.
 
공익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인권·국민의 건강·환경·소비자 보호 소송 등 구체적 유형을 법안에 넣자"며 "중요 부분을 개정안에 담고 그것을 (대법원 규칙으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소송을 판단하는데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판례를 통해 유형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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