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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라

(르포)"발자취 고스란히"…신격호 '제품제일주의' 만나다

상전 신격호 기념관 가보니…낡은 구두·책상위 껌 그대로

2022-0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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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5층에 마련된 '상전 신격호 기념관'에서 신격호 창업주의 흉상 홀로그램이 나오고 있다.(사진=최유라 기자)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제품이 아니라 예술품을 만들어 달라. 원가가 비싸더라도 품질이 최우선이다."
 
2020년 1월 19일 영면한 롯데 창업주 고 신격호 명예 회장이 별세한 지도 2년이 지났다. 최근 기자가  찾은 '상전 신격호 기념관'에서 창업주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품질 제일주의' 일화를 들을 수 있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신격호는 1964년 롯데 가나 초콜릿을 탄생시켰다. 
 
롯데는 지난해 11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롯데월드타워 1층에 흉상을 설치하고 5층에는 기념관을 마련했다. 당시 개관식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참석했었다. 
 
기념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신격호 명예회장의 홀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흉상으로 시작한 홀로그램은 잠시후 신 명예회장의 살아 생전 모습을 재현해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홀로그램 옆에는 신 명예회장의 기업철학인 '정직·봉사·정열'이라는 그룹훈과 함께 "나는 나와 한배를 타고 있는 롯데 가족 모두가 정직하고 봉사하며 그리고 정열을 가져 주기를 늘 염원하고 있다"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신 명예회장은 1921년 경남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5남5녀 중 첫째로 태어나 1941년 혈혈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1967년 롯데제과로 시작해, 100조원 자산을 보유한 재계 5위 롯데그룹을 키워냈다. 
 
김정기 작가가 롯데의 발전상을 그려낸 대형 드로잉 영상.(사진=최유라 기자)
 
한쪽 벽면에는 드로잉 아티스트 김정기 작가가 롯데의 발전상을 그려낸 대형 드로잉 영상도 만나 볼 수 있었다. 전시관은 롯데제과 최초의 껌 '쿨민트', 과거 롯데 껌 판매대와 롯데백화점 초기 구상도, 롯데월드타워 기록지까지 다양한 볼거리 제공을 위해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기념관은 신 명예회장의 창업초기 집무실도 그대로 재현했다. 집무실에는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리를 추구한다'라는 뜻의 사자성어 '거화취실'과 한국 농촌의 풍경이 담긴 그림이 액자로 걸려 있었다. 
 
눈에 띄는 건 책상 위에 놓인 후레쉬민트껌, 자일리톨껌, 목캔디였다. 고인의 롯데 상품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기념관 관계자는 "신격호 창업주의 치아가 매우 튼튼했는데, 껌을 자주 씹은 덕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고 말했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창업 초기 집무실 책상(사진=최유라 기자)
 
또 신 명예회장이 생전에 신었던 낡은 구두와 점퍼, 애용하던 가방, 즐겨봤던 책도 전시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부각했다. 일상에선 허례허식을 경계하며 소박함을 추구한 그의 정신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기념관내 마련된 키오스크에선 롯데가 제작한 광고 영상과 옛 신문기사, 사보 등을 간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기념관 안쪽으로 들어가면 벽면에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에 함께 했던 근로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근로자들의 땀과 열정을 기억하자는 취지다. 1980년부터 20여년에 걸쳐 변화해 온 롯데월드타워의 디자인 안들도 소개됐다.  
  
흉상은 좌대 포함 185cm 높이로, 청동으로 제작됐으며 롯데월드타워 1층에 전시된다. 광화문 세종대왕상, 동대문 DDP 대형인체조각 등으로 알려진 김영원 조각가가 제작을 맡았다. 흉상 뒤에는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병인 서예가의 글씨로 담았다.
 
‘상전 신격호 기념관’은 롯데월드타워 5층에 약 680m² 규모로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신 명예회장이 일궈낸 롯데의 역사를 미디어 자료와 실물 사료로 확인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신격호 명예회장님께서는 대한민국이 부강해지고 우리 국민이 잘살아야 한다는 굳은 신념으로 사회와 이웃에 도움이 되는 기업을 만들고자 노력하셨다”며 “롯데는 더 많은 고객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롯데를 만들어가는 길에, 명예회장님께서 몸소 실천하신 도전과 열정의 DNA는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명예회장님의 정신을 깊이 새기면서, 모두의 의지를 모아 미래의 롯데를 함께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
 
롯데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조만간 상전 신격호 기념관을 개방할 예정이다. 
 
 
상전 신격호 기념관 모습(사진=최유라 기자)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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