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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대법 “교통약자 노선 등 정한 뒤 시외버스 휠체어 승강설비 마련해야”

2022-03-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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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이용하는 노선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뒤에는 시외버스에도 휠체어 승강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A씨 등 5명이 금호고속·명성운수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버스회사들이 원고들에게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데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버스회사들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고 했다.
 
이어 “교통사업자는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로 버스에 휠체어·탑승설비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위반할 때 과도한 부담 등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심은 버스회사들이 운행하는 노선 중 원고들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 노선, 버스회사들의 재정상태,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운임과 요금 인상의 필요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조금, 인적·물적 지원 규모 등을 심리한 다음 이를 토대로 이익형량을 하여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대상 버스와 그 의무 이행기 등을 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이익형량을 다하지 않은 채 버스회사들에 즉시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도록 명한 원심판결에는 법원의 적극적 조치 판결에 관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이러한 이익형량 요소들을 고려해 버스회사들의 차별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의 내용을 다시 정해야 한다”며 “이때 휠체어 탑승설비 설치 대상 노선은 원고들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노선으로 하되 그 노선 범위 내에서 버스회사들의 재정상태 등을 감안해 휠체어 탑승설비를 단계적으로 설치해 나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인 단체들은 교통약자의 시외이동권을 확보해 줄 것을 요구하며 2014년 3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경기도, 금호고속·명성운수 등을 상대로 저상버스 및 휠체어 승강설비 도입과 그간의 피해를 보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금호고속·명성운수에 각각 시외버스와 시내버스 중 광역급행형·직행좌석형·좌석형 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승하차 편의를 제공하라며 버스회사들의 책임을 인정했다. 단,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경기도 시외·고속버스 노선에도 저상버스를 도입하게 해달라는 원고들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 시외버스 시승식이 열린 2018년 9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참석자가 시승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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