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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미완성이어도 괜찮아…반갑다 공원아!

2022-04-26 16:25

조회수 : 2,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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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파리공원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문을 닫았다가 6개월여만에 최근 다시 개장했습니다. 레노베이션 공사 때문이었는데요. 원래 개장일은 3월 초였지만, "코로나19로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개장이 연기된다"는 안내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그 뒤로 두어차례 더 연기됐습니다. 
 
파리공원은 목동 앞단지 주민들의 놀이터입니다. 단지 아파트 안에도 걸을  수 있는 공간은 있지만, 파리공원 정도의 드넓은 체육 공간 및 광장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코로나19 델타변이와 오미크론을 거치며 사람들은 고난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내해왔습니다. 이 와중에 공원까지 굳게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사람들은 갈 곳을 잃었지요. 공원을 에워싸는 트랙을 무한반복하는 어른들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아이들만해도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응당 밖에서는 '질주'하는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집에 주로 갇혀있는 아이들에게 공원 폐장은 최소한의 뛸 공간마저 박탈당한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마음놓고 축구공을 뻥뻥 차며 질주할 공간을 잃어버린 것이지요. 둘째는 자꾸 "엄마 파리공원은 언제 문 열어? 거기 있으면 친구들도 만나고 좋은데" 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공원은 만남의 광장이기도 했습니다. 
 
재개장을 하루 앞둔 22일 저녁 9시경 파리공원 앞. 출입금지 가림막이 세워져 있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모습이다.
 
재개장을 하루 앞둔 22일 금요일 밤 9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딸과 집을 나섰습니다. 재개장 하루 전이니 당연히 완성됐으리라 기대했었거든요. 재개장을 12시간 앞두고 있었음에도 공원 입구 곳곳은 출입을 금하는 테이프가 둘러져있었고, 입구쪽 보도블럭도 깔지 않아 늦은 밤 수십명의 간부가 구슬땀을 흘리며 작업 중이었습니다. 곳곳에 공사자재와 쓰레기들이 널려있었고, 그 와중에 행사를 준비하는 인력들이 분주히 뛰어다녔습니다. 
 
공원 재개장을 기다리고 기대하던 사람들이 미어캣 자세로 공원 내부를 훔쳐보는가 하면, 성질 급한 몇몇 학생들은 테이프를 뛰어넘어 공원에 침투하기도 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 모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공원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정상적으로 개장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다음날 아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밤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미완의 모습이었습니다.
 
급하게 마무리는 된 듯 보였습니다. 아침까지 막바지 작업에 오가는 사람들과 뒤엉켜, 위험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보도블럭을 깔고, 그 위로 뿌려진 하얀 모래 같은 가루를 치우느라, 먼지투성이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농구장에 페이트를 분사하느라 바쁜 인부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곳저곳, 귀빈행사를 위한 카펫이 깔렸습니다. 같은 옷을 입은 행사 준비인원들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이 참석하는 대대적인 재개장 행사를 준비하는 것 같았습니다. 
 
공원이요? 공원 곳곳은 미세하게 달라졌습니다. 이전에 빨갛고 노란 꽃에 둥글둥글하던 인공적 조경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소박하고 화려하지 않은 들풀들이 공원 곳곳에 가지런히 자리를 했습니다. 일제히 이발이라도 한 듯 나무들은 단정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23일과 24일 파리공원의 모습. (왼쪽) 놀이기구와 흡사한 운동기구에는 동네 어린이들이 모여들었다. (오른쪽) 24일 가동된 바닥분수의 모습. 바닥분수 뒤쪽으로 아직도 안전펜스가 쳐져있고, 출입이 통제된 구역이 보인다.
 
성인 농구장, 어린이 농구장, 운동시설, 어린이 그물놀이터 등 그전과는 다르게 좀더 안전하면서도 색다른 기구들도 자리했습니다.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마주보는 2인 테이블, 4인 테이블, 광장을 향한 20여개의 벤치, 비를 피할 수 있는 평상 등등이 많아졌습니다. 커피부터 식사까지도 가능할 정도로 벤치와 테이블들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벤치에 앉아 마스크를 반쯤만 걸친 채 커피를 마시며 '멍' 때렸습니다. 뻥 뚫린 공간에 혼자 가만 앉아있으니 시골 리조트에 온 기분 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진자가 안정세를 보이고 감염병 등급도 하향조정된 가운데, 사람들은 공원 개장으로 인해 한꺼번에 해방감을 맛보는것 같습니다. 주말내내 방문한 파리공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방치됐던 호수 공간은 바닥분수가 되었습니다. 마침 더워진 날씨에 아이들은 바닥분수를 오가며 3년만에 처음으로 뛰어노는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적쌓기 성격의 이벤트로 보이지만 이번 파리공원 재개장은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보입니다(일각에서는 공사 준공 예정일은 5월30일인데, 개장을 앞당기려고 부실공사를 했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코로나19로 마음은 갑갑하고 삭막했고, 몸은 찌뿌둥했습니다. 코로나19 해제 분위기와 함께 찾아온 파리공원 재개장은 주민들에게 자유와 해방감을 가져다 준 듯합니다.
 
당분간은 주말 아침마다 주섬주섬 트레이닝복을 입고 커피 한잔 사들고 공원에 나갈 것 같습니다.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고 식물 '멍'을 해볼 겁니다. 자연스레 만나는 인연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간식도 나눠 먹어야겠습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그래도 반갑다 공원아!
 
 
  • 이보라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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