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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무사 경 햄수꽈?

2022-05-03 19:14

조회수 :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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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드라마를 잘 챙겨보지 않는(다고 쓰지만, ‘시간이 없어 못 봅니다’라고 읽어주세요) 제가 tvN신작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본 것은 제주도 사람들 얘기를 그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SBS드라마 <올인>,<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건축학개론> 등 제주가 배경으로 등장한 적은 많았지만, 제주어를 쓰는 인물이 나온 것은 기억을 떠올려봐도,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우리들의 블루스>는 배경도 제주, 나오는 사람도 제주도 사람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등장인물도 모두 ‘제주어’를 구사합니다. ‘제주 사투리’가 아닌 제주어라고 표현한 것은, 국어 학계에서 제주 방언을 제주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어서입니다. 육지와 떨어진 제주는 아무래도 언어 변화가 적었고, 이 때문에 제주어 연구를 통해 옛 한글 원형인 고어 발음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아래아(ㆍ) 소리가 있습니다. ‘ㅎㆍㄴ글(한글)’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마다 마주하는 아래아(ㆍ)는 더 이상 우리 국어에 쓰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주에서 ‘딸’을 칭할 때 내는 소리는 ‘ㅏ’ 소리와 ‘ㅗ’ 의 중간 발음인데, 이게 바로 아래아(ㆍ) 소리입니다. 제주에서 딸은 ‘ㄸㆍㄹ’로 표기하는 게 소리에서는 더 적확한 것이죠. 유명한 ‘혼저옵서예’도 ‘ㅎㆍㄴ저옵서예’로 발음하면 됩니다. 이 외에도 아래아(ㆍ)는 제주어 곳곳에 숨어있는데요, ‘한 가지만’도 ‘ㅎㆍㄴ가지만’으로 소리를 냅니다.
 
어휘도 아예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무사 경 햄수꽈?’라는 말을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무사’는 ‘왜’, ‘경’은 ‘그렇게’, ‘햄수꽈’는 ‘했니?’라는 뜻으로, ‘무사 경 햄수꽈?’는 “왜 그렇게 했니?’라는 말입니다. ‘지슬’은 ‘감자’고요, ‘밥 먹언?’은 ‘밥 먹었니?’인데… 뭐 더 여럿이 있겠지만… 생각이 안 나네요.
 
참고로 <우리들의 블루스>에 나오는 인물들이 사용하는 제주어는 어딘가, 무언가, 조금…. 이상합니다. 노고를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그간 제주어가 조명받지 못했던 걸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것도 같습니다. ㅎㅎ…
 
tvN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 캡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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